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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오마이뉴스] 하버드 팔지 않고도 '점프', 엄청난 대학생 과외가 '떴다'

By 2013년 9월 30일No Comments

하버드 팔지 않고도 ‘점프’, 엄청난 대학생 과외가 ‘떴다’
대학생들은 기꺼이 ‘손해 감수’… 현대차그룹은 왜 그들을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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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의헌 점프 대표, 임현지 학생, 박상은 학생, 길기탁 학생, 김유진 점프 사무국장

하버드 케네디 스쿨, 케네디 대통령 이름을 딴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 중 한 곳이다. 정치학·경제학·공공정책학 등 다양한 학문을 교육·연구하는 곳으로, 고위직 정부 관료나 비영리단체 관계자를 위한 최고위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교수직 제안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이름’ 팔기 딱 좋은 곳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포털에 올라온 질문은 이와 같은 ‘심증’을 대변한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 개나 소나 들어갈 수 있죠?” 무슨 평생교육원도 아니고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학력 사회’의 잘못된 코드로 이 학교를 바라볼 가능성을 시사하는 질문이다.
그 가능성에 특히 혹하기 마련인 것은 정작 당사자들보다는 사실 언론일 가능성이 높다. 하버드 팔지 않고도 ‘점프’, 이 기사 제목도 그렇지 않은가. 이 기사는 그럼에도 애써 그런 유혹을 뿌리치는 한편, 또 그래야 진짜 ‘점프’라 믿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사회적 기업 ‘점프’ 이의헌 대표(39)와 김유진 사무국장(32)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장학샘’들을 지난 25일 만나봤다.
<“1년 동안 언론에 나가지 말자”고 다짐한 이유>

모두 함께 다짐했어요. 시작하고 1년 동안은 언론에 나가지 말자.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정·재계 인사 등이 그 이름을 갖고 돌아와 무슨 네트워킹 하는 곳으로 많이 인식하고 있더라고요. 뭐랄까, 특권의식이라고 할까. 거리를 두고 싶었어요. 그렇게 인식되면 우리에게 마이너스가 된다고 판단했거든요. 사실 하버드 케네디 스쿨 또한 ‘함께 뭔가’의 가치를 배우는 곳이고요. 하버드란 이름보다는, 프로그램으로 승부 보고 싶었어요. (이의헌 대표)

2011년 하버드 케네디 스쿨 ‘동문’, 일곱 명의 청년이 함께 만든 프로그램 ‘점프 스쿨’. 이곳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대학생(장학샘)들이 다문화 또는 저소득층 가정 등 소외 계층 청소년들에게 하루 4시간 주 3회, 주 12시간 씩 방과 후 학습지도와 멘토링을 일대일로 제공한다. 그럼으로써 ‘장학샘’에게 돌아가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활동 기간 동안 매월 활동비 20만 원이 지급된다(현재는 장학금 년 250만 원). 하루 4시간 주 3회, 여기에 ‘과외 시세’까지 감안하면 ‘알바’로는 매력이 높다고 볼 수 없다. 그러니 둘째가 핵심이다. 진로나 ‘꿈’ 관련 사회인 멘토의 일대일 조언. 어찌 보면 ‘돈’보다 ‘장학샘’들에게는 더 소중할 대가다. ‘멘토링’의 공급자가 동시에 수요자로서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으니, 자연스레 일종의 ‘선순환’ 프로그램이 되는 셈이다.
그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프로그램이 뜬 지 채 2년도 되지 않아 서울·경기지역 다문화센터 또는 지역아동센터와 제휴해 학습센터가 15개 생겼다. 특히 최근에는 현대차그룹과 서울장학재단이 이들의 손을 맞잡기도 했다. 일단은 현대차그룹이 학생들의 장학금 등 재정적 지원을, 서울장학재단은 ‘장학샘’ 선발 관련 행정적 지원을 나눠 맡는 구조다. 대기업과 정부 유관 기관 그리고 사회적 기업이 하나의 ‘이름(H-점프스쿨)’으로 모인 것이다.
<대기업과의 결합, 그 효과는?>
이와 같은 결합으로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더욱 풍성해졌다는 것이 김유진 사무국장의 평가다. 그는 “공부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느냐, 특히 아이들 정서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는 비용 문제로 그 전에는 사실상 불가능했었다”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상담료”가 필요한 일이란다.
장학샘들을 위한 ‘멘토 프로그램’ 또한 풍부해졌다고 한다. 리더십·인문학·기업가 정신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이 참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한편, 우수 ‘장학샘’들에게는 UN·아이비리그 등을 둘러볼 수 있는 탐방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청년봉사단’에도 참가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대기업과 정부 유관기관 참여로 공신력이 크게 높아진 만큼, ‘우수 장학샘’ 선발 가능성도 많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김 사무국장은 “서울장학재단을 통해 선발 공모를 공개적으로 확대해서 할 수 있는 기회도 크게 늘어났다”며 “이번 제휴를 통해 브랜드 가치는 확실히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인 멘토 참가 폭도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출신 형님·누나들이 발로 뛰어 형성한 ‘인맥 풀’은, 이제 ‘앉아서도’ 다양한 사회인 멘토들의 참여를 더 많이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 사무국장은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나면서 먼저 멘토를 하겠다는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오히려 역전이 됐다”며 “요즘에는 심사 절차가 더 엄격해졌고, 운영위원회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버드 이름 팔지 않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잿밥’에 관심 많은 학생들은 버티기 힘들어>
물론 대기업이나 정부 유관 기관의 ‘바람’이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그간 다문화 정책이 이주여성이나 그 자녀들을 동등한 존재가 아닌 시혜를 베풀어야 할 약자로 바라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려왔다”는 한 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의 말을 떠올리면, 특히 이와 같은 ‘좋은 일’에서는 소외 계층 청소년을 직접 대하는 ‘장학샘’의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도 요구되는 일이다. 혹시 ‘잿밥’에 더 관심 많은 학생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이에 이의헌 대표는 “그런 생각을 가진 친구들은 올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잘라 말했다. 성실과 인내 그리고 ‘진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1주일에 12시간씩 1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대화를 지켜보던 길기탁 학생(25·국민대) 역시 “취업을 원하면 회사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는 인턴을 지원하거나 돈이 우선이면 아르바이트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취업에 도움된다거나)그런 생각이 아주 안 든다고 할 수는 없지만, 활동을 하다보면 마음 속의 우선 순위가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교육 문제 역시 갖가지 우선 순위의 ‘충돌’이다. 공교육과 사교육, 성적과 인성, 효율과 평등 그리고 학력과 꿈…. 그렇게 보면 ‘점프 스쿨’은 이 대표 말처럼 “하나의 예산으로 세 가지를 할 수 있는, 특히 정부 입장에서는 혁신적 모델”일 수 있다. 그는 “비영리 사회적 기업인 점프의 모델이 대기업 투자와 지원을 거쳐 공공재인 ‘교육’의 궁극적 공급자인 정부가 받아들이는 시스템의 초석을 놓게 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경제, 함께 성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지자체 보면, 건물들 많이 짓잖아요. 그런데 정작 그 건물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또 직접 센터를 운영하지 않으니 저희 입장에서는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고요. 이렇게 사회적 기업과의 협업이 많아진다면, 사회적 경제 전체 파이도 함께 커지지 않을까요. 파이를 뺏어오는 일이 아니라, 함께 파이를 키우는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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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헌 점프 대표와 김유진 점프 사무국장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학생을 도구로 보지 않는 듯해서 좋아요”>
하지만 이 대표의 말보다 더 근사하게 들린 것은 참가 학생들의 건강한 소감이었다. 길기탁 학생은 “그냥 한 선생님으로 다수를 대하던 스스로 많이 변한 것 같다”면서 “나중에 점프 스쿨에서 나도 사회인 멘토가 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타인의 꿈보다는 자신만의 꿈, 그 소중함을 느끼면서 그들은 이미 ‘스스로의 멘토’로 성장하고 있는 듯 했다.

비슷한 봉사 활동을 많이 해봤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의아했어요. 교육 봉사라고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귀가 프로그램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아이들과 함께 수업시간에 못했던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까, 그냥 내가 가르치는 것만이 교육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시각적으로 스스로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 변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서울여대 임현지 학생·21)
지자체나 기업이 주도하는 봉사 프로그램을 해봤어요. 그런데 뭔가 눈에 보여지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자발적인 무엇, 그보다는 기업의 홍보 도구가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여기는 무엇보다 대학생을 도구로 보지 않는 것 같아 좋았어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그 소중한 가치를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치 있는 삶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는 분을 만나고 싶네요. (상명대 박상은 학생·26)

이정환 기자
>> 기사 원문 링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11322&CMPT_CD=SN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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