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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더 나은 미래] '함께'를 꿈꾸는 이들은 오늘도 달립니다

By 2014년 9월 30일No Comments

성수동 사람들

5년 전부터 성수동에 살았는데, 녹색공유센터엔 처음 와봐요. 이쪽은 후미진 곳이었거든요. 예전에는 ‘성수동’ 하면 공단밖에 없었는데 작년부터는 활기가 느껴지네요.

지난 20일 토요일,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실 ‘녹색공유센터’를 찾은 동네 주민 강현이(29)씨가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강씨는 서울그린트러스트가 매달 한 번씩 여는 ‘맛있는 숲’ 행사 참여차 이곳을 찾았다. 이 프로그램은 숲에서 난 재료를 가지고 도시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는 ‘소셜 다이닝(음식을 먹으며 공통 관심사를 이야기하는 만남)’이다. 이날 메뉴는 강원도 감자 옹심이. 분홍색 강판에 감자 갈리는 소리와 함께, 9명의 수다 소리도 퍼져갔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일상생활 속에서 녹색 문화를 확산하는 공익 단체다. 15명의 직원은 사무실 앞마당에 온 동네를 뒤져서 모은 2L짜리 페트병으로 온실을 만들기도 하고, 텃밭에는 고추, 오이 등 채소도 키운다. 지난해부터는 ‘성수동 동네 꽃축제’를 기획하면서, 지역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정원 도구와 공정무역 커피 등을 판매하는 오고가게, 숲해설가 전문 과정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숲자라미’ 또한 도보로 1~3분 거리에 위치한 파트너 기관이다.

◇ 성수동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지구를 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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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부모교육 콘텐츠를 개발·교육하는 사회적기업‘자람가족학교, 문화예술 관련 비영리단체‘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의 직원들, 교육 관련 비영리단체‘점프’식구들, 교육 관련 소셜 벤처 공신닷컴, 업사이클링 회사 젠니클로젯, 더페어스토리 임주환 대표, 사회적기업·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루트임팩트’,‘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의 식구들, 공정무역 업체 ,지난 20일 서울그린트 러스트의‘맛있는 숲’행사 현장, 성수동 디자인 회사‘디자인플러스’직원들, 프로젝트AA 손보미 대표. / 문상호 기자, 김정원·오민아 청년기자

‘당신이 먹는 건망고가 필리핀 여자아이들을 성매매 위험으로부터 보호합니다.’

2012년 6월, 성수동에 자리 잡은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는 이야기가 있는 ‘먹거리’를 판매하는 공정무역 회사다. 필리핀 망고, 베트남 캐슈넛과 홍차 등을 공정무역 업체로부터 수입해 한국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공정무역 프리미엄이 붙어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이 돈은 아시아 일대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기부되거나 영세 농가가 정당한 임금을 받고 농사를 짓도록 돕는다.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는 성수동 주민에겐 가격을 10% 할인해 판매하며, 지역 주민 대상 공정무역 발표회도 연다.

더페어스토리는 제3세계 여성들의 수공예품·미술작품 등 일종의 ‘볼거리’를 판매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120여명의 빈민·장애 여성 공동체인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펜두카(Penduka), 캄보디아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스마테리아(Smateria)로부터 제품을 수입한다. 지난 18일 저녁 방문한 더페어스토리 매장에는 주황, 초록색 등 원색 계열의 가방·파우치가 눈에 띄었다. 임주환 더페어스토리 대표는 “한국의 디자이너가 기본적인 디자인을 구상하고 제품 사이즈와 색깔 톤을 정해 알려주면 현지에서 맞춤 제작한다”고 했다. 임 대표 부부는 모두 대기업에서 10년 이상 일하며 꽤 큰돈을 벌던 인물. 그는 회사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면서 ‘공정무역’을 알게 됐고 아예 사회적기업까지 창업하게 됐다.

임 대표에게 성수동 일대를 사무실 터전으로 추천한 사람은 업사이클링 회사 젠니클로젯 이젠니 대표다. 젠니클로젯은 국내에서만 매년 약7만2000t의 의류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는 환경 문제에 주목해, 데님 소재를 재할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회사다. 지난 3월 온라인숍을 오픈하면서 6개월 동안 매출은 10배가량 증가, 3개월 전 동대문에 오프라인 매장도 오픈했다. 경력 단절 여성들 중심으로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바느질도 맡기고 있다. 이 대표는 “바느질은 수작업이기 때문에 마음 맞는 분과 일을 해야 결과물도 좋다”면서 “한동네에서 얼굴을 마주치면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사람들

문화예술 단체들의 움직임도 돋보인다. 성수동에 3년 전부터 터를 잡은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는 기업이 미술, 공연, 사진 등 문화예술을 매개로 사회공헌 사업을 수행하도록 돕는 비영리단체다. 청소년에게 인문학과 사진 교육을 결합해 긍정적인 정서를 함양하도록 돕는 두산의 ‘시간여행자’, 청소년 영화 인재를 발굴하는 현대차의 ‘아트드림 인 무비’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인근 소셜카페 그랜드마고와 파트너십을 맺어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열고, 참가자들의 사진이나 예술 작품도 전시한다.

‘문턱 없는 미술관’을 표방하는 동네 갤러리도 들어섰다. 지난달, 성수1가 한 단독주택 1층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예술가 레지던시, 갤러리, 쇼핑몰이 결합된 공간 ‘핀프레임’을 운영하는 프로젝트AA의 손보미 대표는 “사람들이 아티스트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다 보면 ‘미술은 어렵다’는 인식이 변화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7일부터 10월 12일까지 디자인회사 디자인플러스도 성수동 지역 작가 8명과 함께 ‘어쩌다 마주친 전시’를 펼친다. 동네 골목, 카페, 창고 등 일상적인 공간을 빌려서 지역 주민이 편하게 문화예술을 접하도록 기획한 행사다.

◇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

올해는 서울숲 인근에 공익의 가치가 더 강력하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2014년 5월, 공익 전문 온라인 저널 ‘더퍼스트(www.thefirstmedia.net)’ 또한 서울숲에 자리를 잡았다. 더퍼스트와 더나은미래는 파트너십을 맺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며 공익 이슈를 발굴·취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공신닷컴, 점프(JUMP), 자람가족학교 등 교육 관련 소셜벤처들의 코워킹 스페이스도 오픈했다. 점프의 김유진 사무국장은 “비영리·소셜벤처들이 성수동 일대로 모여들면서 상호 교류와 소통, 협업의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 같다”면서 기대감을 표현했다.

지난 20일 저녁, 성수동 카페 그랜드마고에 (예비) 성수동 사람 1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사회혁신가들의 셰어하우스(sharehouse) ‘디웰’ 입주민으로 선발되었다. 거실은 어떻게 사용할지, 친구는 초대해도 될지, 쓰레기 분리수거는 어떻게 할지 등 세밀한 주거 규칙이 논의됐다. 입주민은 대안교육 소셜벤처 어썸스쿨 이사인 임종규(23)씨부터 카셰어링 업체 쏘카 대표 김지만(38)씨까지 연령도, 업종도 다양하다. 16명(남녀 8명씩)의 입주자를 뽑는데,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디웰 프로젝트를 추진한 사회적기업·사회혁신가 지원단체 루트임팩트 허재형 사무국장은 “사회혁신가들이 주거 공간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끈끈한 커뮤니티 또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경하 더나은미래 기자
>> 기사 원문 링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29/20140929032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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