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MK뉴스] 하버드·MIT·스탠퍼드 대학원 통합 동문회 출범…사교 모임 넘어 싱크탱크로 진화하나

By 2014년 11월 4일 No Comments

지난 10월 23일 서울 대치동 BMW 매장. 정장 차림의 인사들이 하나둘 들어선다. 여느 동창회 분위기처럼 오랜만에 본다는 반가움에 들뜬 인사를 나누는가 하면 명함을 주고받으며 처음 안면을 트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하다.
눈길을 끄는 건 안내 직원이 출신학교를 일일이 묻고 참석자들은 각 학교 로고가 새겨진 이름표를 받아드는 장면이다. 이날은 하버드비즈니스스쿨(MBA),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 MIT와 스탠퍼드대 MBA 졸업생들이 처음으로 통합 동문회를 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참가자 면면은 화려했다. 정관계는 물론 재계, 학계, 언론계, 벤처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약 100여명이 얼굴을 내비쳤다. 특별손님으로 온 외국인들도 보였다. 대학원은 미국에서 나왔지만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이들은 물론 한국으로 출장을 왔다가 일정을 알게 돼 참석하게 됐다는 이도 있었다.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 법률 담당 보좌관을 지낸 존 벨린저(John Bellinger) 변호사(아놀드앤드포터 로펌, 케네디스쿨 출신)는 “출장 때문에 한국에 왔다가 동문들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참석하게 됐다. 한국에도 이렇게 많은 졸업생들이 있다는 데 놀랐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배경엔 이들이 있었다는 걸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국회의원(케네디스쿨 출신)은 “학교 다닐 당시 반기문 UN 사무총장, 박진 전 국회의원,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어울렸던 추억이 있다. 주로 케네디스쿨 출신들이 정관계 쪽으로 자리를 많이 잡았는데 다른 대학원 동문들과 인연을 맺어보면 시야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봐서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MIT 출신의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각 대학원별 동문회를 하면서 한두 학교씩 통합해 만나는 자리는 있었지만 오늘처럼 4개 대학원 출신들이 한자리에 온 건 처음이다. 옛 친구, 선후배를 만난다는 설렘도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타 대학 출신 오피니언 리더들과 교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총동창회는 하버드대 MBA 출신들이 주축이 돼 기획됐다. 총무를 맡고 있는 류재욱 네모파트너즈 총괄대표는 “지난해 10월에 처음으로 MIT, 스탠퍼드, 하버드대 MBA 한국인 졸업생들이 합동 동창회를 했는데, 각 학교별 지리적 위치나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 등이 달라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여기에 더해 정관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케네디스쿨 동문들을 초청, 관계와 경제계 간 간극을 좁혀보자는 취지로 기획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시종일관 분위기는 유쾌했다. 본교생, 타교생 구분 없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해외를 오가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최근 부쩍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레 대화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류재욱 대표는 “하버드 MBA에 입학하려면 외국계 학부, 외국계 회사 경력이 필수란 말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한국 기업 위상이 올라가면서 삼성전자 등 국내파들도 하버드 MBA에 합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일부 테이블에서는 인맥 쌓기에 그치지 말고 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모임을 발전시키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장석환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대표(MIT 출신)는 “미국에는 기업가, 공무원, 법률가 등 각 분야의 졸업생들로 꾸려진 MIT엔터프라이즈포럼이 있다. 일종의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멘토링, 사업화 등을 도와주는 비영리 단체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한국에도 이런 단체를 만들어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상하고 있는데 마침 이 모임에서 다양한 의견을 얻었다. MIT 출신으로 국한하지 말고 통합 동문회원들의 재능 나눔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동문들 힘 합쳐 창업 멘토링 하기도>

실제 재능 나눔을 실천에 옮기는 사례도 소개됐다.
하버드대 출신들이 운영하는 점프(J.U.M.P.·Join Us to Maximize our Potential)는 2011년 설립된 교육봉사단체다. 현재 케네디스쿨과 비즈니스스쿨, 교육대학원 등을 졸업한 7명의 젊은 하버드 동문이 참여하고 있다. 점프는 대학생 교사들이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1주일에 12시간씩 무료 과외를 제공하면 그 대가로 장학금과 점프가 섭외한 전문직 멘토로부터 일대일 멘토링을 제공받는 프로그램이다.
이의헌 점프 대표는 “100여명에 달하는 전문직 멘토 중에도 하버드 동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점프는 프로그램의 효율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아 2013년 가을학기부터 현대자동차그룹-서울장학재단과 함께하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모델인 ‘H-점프스쿨’로 확장됐다. 내년도 초중등 무한돌봄사업 확장에 맞춰 더 많은 학생들이 점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소개하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각 동문회별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연말에 성금을 모아서 어려운 이웃 돕기 등 자선 행사를 한 건 기본. 하버드 MBA의 경우 지난해 최초로 한국 유학생이나 기업 성공 사례를 실제 수업에서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동문들이 장학금 30만달러를 모아서 학교에 전달했다.
단순 사교 모임을 넘어 저성장 국면에 처한 한국 경제에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자는 의견을 내는 이들도 있었다.
조명환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부 교수(케네디스쿨 출신)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경험이 많은 동문들인 만큼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느슨한 체제의 싱크탱크형 모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주제별, 분야별 소모임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존 벨린저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단순 사교 모임에서 창업·동업 등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다. 벤처캐피털, 창업자도 많이 보이는데 이런 모임이 활성화된다면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에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동문회 면면은>

윤종용·정몽준…MIT 동문 가장 많아
유학파들이 늘어나면서 각 대학원 동문들 숫자도 점차 증가세다.
4개 대학원 출신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MIT 대학원. 10월 기준 278명이다. 경영대학원 출신이 다수인 만큼 기업인들이 많다. 주요 동문으로는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장(삼성전자 비상임고문)을 비롯,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강성욱 GE코리아 대표, 고정석 일신창투 대표,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이상훈 모건스탠리 한국PE 대표, 최정훈 대보건설 경영기획 실장 등이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MIT 출신이다.
하버드 MBA 동문회는 약 220명의 회원을 자랑한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등 학계는 물론 컨설팅(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정택진 세븐앤파트너즈 대표, 류재욱 네모파트너즈 총괄대표), 사모펀드(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원준희 티스톤 대표,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이철주 어피니티 한국대표) 분야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보, 김범석 쿠팡 대표도 이 학교 동문이다.
케네디스쿨 출신은 200여명 정도가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행정대학원답게 정관계 인사가 다수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필두로 김광림·홍문종 새누리당 국회의원, 박진·김민석 전 국회의원, 박재완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엄지도 뉴시스 부사장 등이 다수 포진해 있다.
기업인으로는 황종규 한국모노레일 사장, 김정빈 코스틸 사장 등이 있다.
스탠퍼드 MBA 출신은 정원이 적다 보니 동문회원 수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회원으로 약 100여명이 활동 중이며 주요 인사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허경욱 전 OECD 대사,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최희문 메리츠증권 사장, 이천기 크레디트스위스 한국대표,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등이 있다.
박수호 기자
>> 기사 원문 링크: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108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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