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Jump, 점프의 진심담은 이야기, 사람을 만납니다.
화제의 책 <좋은 기분>을 읽은 건 올 초였습니다. 저자는 ‘녹싸’. ‘녹기 전에’라는 재미난 이름을 가진 아이스크림 가게의 사장님. ‘녹싸’는 녹기 전에 싸장님을 줄인 말입니다. 직접 지은 별명인지, 손님이 지어준 이름인지, 본명 박정수보다 ‘녹싸’가 더 유명합니다. 새해 <좋은 기분>을 얻으라는 의도적 마케팅이었을까요. 출간일이 1월 1일 새해 첫날인 것도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카이스트 출신, 대기업에 잠깐 머문(?) 적이 있는 ‘녹싸’는 5평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7년째 운영 중입니다. 이 수상한(?) 이력보다 화제가 된 건 <좋은 기분>의 시작이 채용 공고였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일과 삶을 기분 좋게 돌볼 수 있는 태도를 지닌 사람을 찾습니다’. 함께 일할 동료를 생각하며 담아낸 채용 공고는 장장 160페이지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거기에는 일과 삶의 생각들이 점프와 닮았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람을 맞이하고 연결하는 일, 응원과 성장, 나눔의 선순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우리가 말한다면. ‘녹싸’는 그의 언어로 비슷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 같았거든요. 점프가 멘티-멘토의 라포(rapport 관계 형성)를 말할 때, 그는 손님과 ‘좋은 기분을 나누는 태도’를 꺼냅니다. 일하는 사람의 진심과 본질은 업종과 무관하다는 생각을 새삼 합니다. 책 속에 많은 닮음의 증거(?)가 있는데, 그 중 인상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대하는 일을 합니다. ‘접객’이라는 아름다운 활동은 시스템으로 단순화하는 순간 매력이 사라집니다. 일정한 형태를 갖추기엔 개별적인 접객의 경험이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1) ‘접객’을 ‘교육봉사’로 바꿔보면 더 와닿는 내용
“일상에 마음 둘 공간이 하나쯤 있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됩니다. 그것이 <녹기 전에>와 우리가 만드는 아이스크림이 된다면 매우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2)공간을 사람으로, <녹기 전에>를 <점프>로. ‘아이스크림’은 ‘커뮤니티’ 같은 단어로
“좋은 기분은 씨앗과 같습니다. 가게가 내뿜는 좋은 기분은 반드시 사람들과 사회로 퍼져나가고, 사람들과 사회의 좋은 기분도 반드시 가게로 돌아옵니다”
(3) ‘좋은 기분’의 선순환, 우리가 말하는 나눔의 선순환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그 일이 반드시 좋은 일이어야 합니다. 좋은 일이 아니면 좋아하는 일이 오래갈 수 없습니다”
(4) 녹기 전에 7년 차, 점프 14년 차, 지속가능성에 관해서
“일상에 매몰된 사람들은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살기 십상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의미가 퇴색된 날들을 윤이 나게 닦아 다시금 빛나게 해야 합니다. 매장을 총체적인 경험이라고 본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고의 아이스크림을 포함해서 최고의 경험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경험을 겪은 하루는 어느 날들과는 아주 다르게 기억될 겁니다”
(5) 좋은 일도 일이라서, 일과 삶의 고민을 갖고 사는 동료들과 나누고 싶던 이야기. 이런 반짝이는 문장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녹싸’는 한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단골손님을 묻는 질문에 아래처럼 답했습니다. 점프 커뮤니티 분들이라면 동의하시겠지만, 아이스크림만 바꾸면 이 생각이 또 우리와 무척 닮았습니다.
“문을 연 지 7년이 됐는데 중학생이 대학생이 되어 찾아오고, 대학생이 직장인이 되어 다시 와요. 사람들의 성장과 변화를 보는 게 즐거워요. 타인의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파는 아이스크림이 사람과 교감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톱클래스, 2024년 3월호)
‘닮은 생각 찾기’가 제법 길어졌습니다. 10월 18일 점프 송정동 커뮤니티 하우스에서 ‘녹싸’와 함께 ‘좋은 기분'(일과 삶을 돌보는 태도에 대하여)을 이야기하는 북 아지트가 열립니다. 그 빌미로, ‘녹싸’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습니다. 오전에 보낸 메일에 답이 없어 오후에 전화를 걸었더니 “제가 낮엔 일에 집중하고 밤 10시 지나 다른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밤에 확인하고 답을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기분 좋은 답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점프레터라는) 다정한 초대에 감사합니다”.
무더위가 여전했던 9월 중순, 작고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서울 마포구 염리동)에서 ‘녹싸’를 만났습니다.
점프레터라는 다정한 초대에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아마도 점프레터에서는 처음 외부 게스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인터뷰 요청 메일에 ‘다정한 말씀(제안) 감사합니다”는 스윗한 말로 응해주셨어요. 흔한 비즈니스 메일의 건조한 문장이 있고, 남에게 상처 주는 말들이 늘어난 세상에서, 이렇게 다정한 오케이라니요! 삶에서 의도적으로 그런 말들을 골라 쓰시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저는 염세주의자입니다. 긍정이 충만한 사람은 못 되고, 다만 일상에서 긍정의 세팅을 놓고 싶지 않다고 할까요. 낯선 골목길 작은 가게를 일부러 찾아와주는 손님들을 보면 언제나 너무 반갑고 신기합니다. 점프 인터뷰 요청이 그랬어요. 나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고 이야기를 나누자는 제안은 되게 귀한 일이잖아요.
귀하다는 말도 오랜만이네요. 섭외 메일 확인차 통화를 나누면서 ‘낮엔 일에 집중하고 밤 10시 지나 다른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아, 이 사람은 시간을 촘촘히 사용하고 있구나, 집중의 시간을 마련했구나,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시간은 한정적이니까요. 일하는 시간엔 일에 집중할 게 많아서, 다른 일 처리는 밤으로 밀어 둡니다. 낮의 시간이 해야 하는 일을 구현하는 시간이면, 밤은 또 다른 정리와 확장의 시간이랄까요. 인간은 시각적이라서 볼 것 많은 낮에는 어쩔 수 없이 번잡하고, 캄캄한 밤이 혼자의 시간이라는 말에 동의 합니다.
가게 문 여는 시간이 12시죠. 보통 9시 즈음 출근해서 주변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고, 청소 등을 하면서 오픈 준비를 한다고 들었어요. 동료 없이 혼자 문 열 준비를 하는 이유가 있나요.
별다른 일이 없으면 늘 제가 오픈을 준비합니다. 일종의 리추얼이라고 할까요. 하루의 문을 열고, 청소하고, 시간이 나면 가게 의자에 잠시 눕기도 하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와 일의 공간을 세팅하는 시간을 좋아하거든요. 사업 좀 하시는 사장님들 말로는, 사장은 뒤에 있고 직원이 앞에서 일을 척척 하는 게 경영(?)이라는 말씀들 하시던데, 전 그런 태도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어쩌면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스스로 나은 사람이 될까 싶어서, 직접 쓸고 닦고 다듬는 시간을 존중합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란 게 있잖아요. 아무리 마인드 셋을 하더라도, 매일 같은 일을 하는 것, 큰 의미 부여를 할 수 없는 반복이 있다는 것, 여기서 지치거나 지루할 때가 있을 텐데요.
흔히 인생은 시지프스의 신화라고 하잖아요. 무거운 돌멩이를 언덕 위로 올리면 다시 굴러 내려오고, 다시 올리고의 반복. 일과 인생의 숙명이 그렇다면, 그걸 삶의 디폴트(최초 설정의 값)라고 마음을 먹는 거죠. 좋은 일은 뭔가 늘 엄청나고 새롭고 다를 거야, 그런 들뜸이 아닌 반복 안에서 작은 변주를 찾고, 일의 시간 안에서 혼자 다듬어가는 과정에 더 의미를 두는 거죠. 그 훈련(?)이 있어 덜 넌더리를 내고 있습니다😀
작은 가게의 철학자 같은 말이네요. 우리는 익숙해서 소중함을 놓치고, 편안을 찾다 무기력해지고, 먼 곳을 바라보다 가까운 행복을 놓치고, 그렇게 헷갈리며 살고 있으니까요.
고등학교 시절에 논술을 쓰면 첨삭지도를 꽤 받았어요. 나의 생각과 글이 뭔가 동떨어져 있고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었죠. 뭐가 문제지, 어떻게 고쳐야 할까 고민을 하면서, 이런 방식의 사람도 잘 살아가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을 오래 했어요. 나 하나 밥벌이하기엔 이런 고유성이 삶의 기술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답을 찾던 시간들이 있어서 지금 나의 플레이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 또 밥벌이는 어떤 의미입니까.
밥벌이라는 아주 소중한 의미를 잠시 뒤로 하면, 밥을 먹기 위해 일하는 것과 필요한 일을 하다 보니 밥을 먹게 되는 것의 차이가 분명하잖아요. 일과 삶에서, 고유성(아이덴티티)을 잊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태도를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고유성(아이덴티티)이 중요한 시대인데, 고유성에 대한 오해도 그만큼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다들 고유성을 얘기하니 나는 뭐지? 괜히 주눅이 들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의 고유성이 정답인 것처럼 뛰쳐나갈 태세이기도 하고요. 우리 모두 고유성이 있지만, 모두 ‘녹싸’가 될 필요는 없다가 고유성의 출발선 아닐까요.
우리는 다 다르게 태어납니다. 그 다름이 삶의 과정에서 배척과 실패가 아닌, 건강한 성장으로 연결되려면 나를 향한 숱한 질문이 바탕이어야 합니다. 또 나의 개성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이런 사회적인 태도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겠죠. 그렇게 보면 서로를 기분 좋게 하는 다양성(개성)이 인정받는 시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당신의 생각을 가장 든든하게 응원해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어머니입니다. 남들이 말하는 미래 말고 제가 관심을 보이는 영역이 있으면 그 지점에서 최대치의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 잠시 다닐 때는 ‘아, 잘하면 임원이 되겠구나’,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는 ‘아, 잘하면 백종원이 될 수 있겠구나’, 그런 식으로요😊 안으로 걱정도 없지 않으실 텐데, 자식이 자기 길 찾아가고 주변의 주목을 받으니까 지금은 그걸 즐기세요.
카이스트 졸업, 현대자동차와 두산중공업에 다니고(13개월 정도 근무), 그렇게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작은 가게를 차린 특이한 이력은 어떻게 설명하나요?
누군가에겐 선망받는 스토리이고 그 이력 덕에 한 번 더 관심을 받지만, 돌아보면 ‘정처’ 없는 과거지사 정도? 어쩐지 특별하다거나, 반대로 낙오자일 수 있고, 타인의 의례적인 시선을 걷어 내면 결국은 나의 스텝으로, 나의 시간을 마주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나의 스텝과 나의 속도를 갖는 삶. 우연에 기댄 게 아니라면, 그 안에 나를 향한 무수한 질문들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해봅니다. <좋은 기분>의 바탕이 된 160P 분량의 채용 공고가 거기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점프도 좋은 사람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은 늘 같은 고민이 있습니다. 채용을 위해 160페이지를 써 내려간 사장님의 마음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함께 일한다의 소중함, 그렇게 우리는 특별한 관계라는 걸 미리 말해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상세페이지의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물건 하나 살 때도 몇 페이지나 되는 제품 설명이 있고 그걸 따져보며 구입하는 시대인데, 함께 일할 사람들에게 ‘일을 대하는 생각’을 공유하는 건 기본적인 예의나 책임 같은 거였어요. 요즘은 의미나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라고 하잖아요.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한다’에는 어떤 가치가 담길 수 있을까요? 함께 일하는 시간이 하루 8시간은 될 텐데, 그 엄청난 양이 서로의 삶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녹싸’의 책 <좋은 기분>에 담긴 일과 삶의 생각들이 점프와 닮아 있다고 느낍니다.
점프가 사람을 맞이하고 연결하는 일, 응원과 성장, 나눔의 선순환, 사회적 문제 해결을 말한다면. ‘녹싸’는 그의 언어로 비슷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 같았거든요.
오늘의 좋은 기분은 반드시 사람과 사회로 퍼져나갑니다
요즘 삶의 시간에서 집중하는 일이 있나요?
저글링에 빠져 있습니다. 내 몸이 어떻게 쓰이고 반응하지, 이건 왜 즐거움을 주지? 그렇게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주니까요. 또 좋은 건, 저글링 할 때는 휴대폰을 볼 수 없다는 거예요. 저글링은 잡지 않으면 실패니까, 잡생각이나 쓸데없는 고민할 겨를 없이 온전히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어제도 새벽 2시까지 저글링을 했어요. 제 다음 직업은 저글러가 될 것 같습니다. ‘녹싸’의 다음 스텝을 함께 기억해주세요.
점프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성장’이 있는데, <좋은 기분>에서 <성장이 아니라 생장하기>라는 얘기를 끌어냈더군요. ‘일이든 삶이든 올바른 태도에서 시작되야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커집니다. 태도는 뿌리와 같고,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땅 위의 풍파에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우리는 성장이 아니라 생장해야 합니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의 뿌리를 만질 때 그 단단함이 일과 삶에 깃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저글러를 생각하는 ‘녹싸’의 성장 혹은 생장도 현재진행형인 것 같네요.
우리 모두 좋은 길을 찾아가자는 말인데요. 생장의 포인트는, 멀리 보기, 무리하지 않기, 계절을 의식한다, 그리고 굴곡점에서 우울하지 않기!가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은 계절을 타는 메뉴잖아요. 겨울이 되면 손님이 줄고 매출이 적은데 그렇다고 겨울에 침울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겨울에 대한 인식을 바꿨습니다. 겨울에는 가게 문을 닫고 1달 동안 긴 방학을 갖습니다. 성장의 시간이라고 할까요. 인생의 굴곡점에서 즐거운 긍정으로 전환하는 태도, 여기가 중요한 생장의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다 보면 좋은 것보다 나쁜 일이, 부정의 기운이 먼저 더 깊이 파고드는 것도 같습니다. 어떻게 내 안에서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나요?
내 안에 침입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최소화하려는 마음을 갖는 거죠. 인간관계든, 경제적 고민이든, 진상 손님이든, 거기 부정의 기운을 더하지 않기. 인생은 원래 그런 거라고, 즉 =0에 수렴하고 넘기는 거죠. 대신 주변의 많은 것들을 신기하고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쪽을 선택합니다. 부정의 기운은 뒤로 밀고 내 곁에 이런 기분 좋은 것들이 있었지, 이런 식으로요. 가게 오픈을 준비하면서 오늘은 어떻게 좋은 기분을 만들까? 청소하고 의자에 누워 생각하고, 산책을 하면서 최대한 오늘의 기분을 가다듬고 출발합니다. 그 시작이 타인을 향한 하루의 태도가 되니까요.
9월 25일(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점프레터 발간일인데요. 이날 2024 F&B 트렌트 컨퍼런스(변화의 시대, 오래가는 것들)의 연사로 나서더군요. 브랜드의 본질을 지키면서 고객의 마음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이 주제던데, 잠깐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나요. ‘녹기 전에’가 영업 7년 차, 점프는 14년 차, 우리도 본질을 지키면서 ‘오래가는 일’을 늘 고민하고 있거든요.
그런 대단한(?) 행사는 가급적이면 사양하는 쪽입니다. 지난 해에도 요청을 받았는데 고사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다른 이유가 생겨서…. 제가 트레바리(독서모임)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행사 담당자가 제 모임에 넉 달 동안 참여했어요. 그분이 요청해서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됐네요. 시장에서 성공한 누군가가 여러 전략과 노하우를 얘기하지만, 정작 그게 우리의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저도 같은 질문을 잊지 않습니다. 나의 일을 스스로 정의할 수 없는데 오래 갈 수 있을까요? 물건을 판다는 건 결국 타인의 관심을 사는 일인데요. 사려는 행위는 뭔가 필요해서이고, 파는 사람은 그 필요를 맞추는 일이니, 필요의 본질을 묻고 또 물어봐야겠죠. 수요자의 관심과 필요성 안에 오래가는 것의 답이 있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일이 ‘좋은 일’이 되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건 무슨 뜻인가요.
지속가능을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가게가 오래 지속되려면 뭘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이 동네가 황사 투성이면 누가 이 가게를 찾아올까? 이 작은 가게에서 주변을, 사람을, 기후 위기를, 저 멀리는 지구까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지속가능하다는 게 혼자의 일이 아니구나, 그렇게 눈에 밟히는 것들이 늘어났어요. 오늘 온 손님이 10년, 20년 뒤에도 찾아와야 하니까, 주변에 좋은 기분을 전달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동네 학교에 작은 기부를 하고 있어요. 뭔가 좋은 것을 나누는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이 선순환되면, 돌고 돌아 나를 위한 좋은 일이 만들어질 거라고요. 일상의 체력, 좋은 기분, 일과 삶을 돌보는 태도는 결국 나를 챙기는 일이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입니다.
둘러싼 결핍으로 인해 ‘좋은 기분’을 만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나요?
글쎄요, 제가 특별한 뭔가를 말할 수 있을까요. 다만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어쩌면 책이 너의 삶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라는 응원입니다. 책에 담긴 생각과 글에 겸손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좋은 기분을 만나면 점점 더 좋은 책을 찾게 됩니다. 읽으면서 생각하고, 찾으면서 나아가고, 세상을 만나는 방식이 확장되고, 자신의 삶이 튼튼해질 거라고요. 커피로 유명한 프릳츠 대표님이 어디선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이렇게 답했어요. 좋은 책을 발견하는 일은 실패의 경험에서 나온다, 내가 고른 책에 실패할 때마다 내가 어떤 생각과 문장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실패를 통해 나를 만난다는 말일까요? 꽤 인상적이네요. 인터뷰 요청을 하면서 점프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드렸는데요. 점프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깊게 들여다보진 못했습니다만, 내가 자라면서 점프를 만났으면 좋았겠다, 청소년기에 큰 버팀목이 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