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휴먼오브점프

하이디, 청소년, 멘티라는 세계 : 강원랜드 멘토링 장학 현석주 하이디 인터뷰

By 2024-06-257월 30th, 2024No Comments

Inside Jump, 점프의 진심담은 이야기, 사람을 만납니다.

 


 

 

6월 점프레터 인터뷰는 ‘하이디, 청소년, 멘티라는 세계’입니다. 하이디는 폐광지역 출신 대학생(하이샘)과 청소년(하이디)를 연결하는 <강원랜드 멘토링 장학> 사업에 참여 중인 청소년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나이 18세, 고 3(한국소방마이스터고), 하이디. 현석주 학생은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마대산 중턱의 나 홀로 집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지난 5월에는 18세까지의 성장 여정을 인정받아 여성가족부 청소년 육성 및 보호 유공 학생으로 선정되어 장관 표창상을 수상했습니다. 수상을 축하하는 마음이 크지만, 그것 때문에 인터뷰를 요청한 건 아닙니다. 점프는 매년 수백 명의 청소년 멘티를 만나는데, 직접 현장에서 멘티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대학생 장학샘들의 몫이 커서, 궁금했습니다. 언젠가 ‘멘티의 세계’라는 이름을 빌려 직접 다음 세대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하이디 한 명의 소중한 이야기지만, 그 너머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다양한 멘티들의 현재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현석주 학생 1명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 주변 수많은 멘티의 이야기로 읽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멘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이를 초로 계산하면 5400초 정도가 되겠네요.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을 하면서도, 분주한 어른의 일상을 핑계로 어쩌면 5400초의 시간마저 못 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 이유로 6월 점프레터는, 지금 멘티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멘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장학샘과 다음 세대의 현장에 계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말이기도 합니다. 다양하고 순수하고 자유로운, 어른보다 더 반듯한 세상을 간직한 멘티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하이디, 청소년, 멘티라는 세계>에 영감을 준 책이 있습니다.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저, 사계절 출판)입니다. 부족한 글솜씨 탓에 말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담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있어서, 책의 한 문장을 끌어들입니다.

“어린 마음의 존재를 깨달은 사람들은 더 이상 어린이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어린 시절 부끄럽거나 속상해서, 힘이 약해서, 충분한 어휘를 갖지 못해서 할 수 없었던 말이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도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로 존중하자’, ‘약자를 차별하지 말자’는 말 대신 어린이의 마음을 기억해 내고, 그 마음이 되어 보기를 권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데 한몫을 할 수 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이를테면 ‘어른’의 이야기를 들을 때와는 달리, 가능하면 멘티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했습니다. 혹시 ‘꼰대’ 취급을 받으면 안 되니 어른의 잣대나 시선 등은 최대한 자제하기로, 혹시 딴생각이 들어 반박하고 싶어도 잘 참자고,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을 충분히 갖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세월이 만든 편견과 불편한 질문이 포함됐을지 모를 일입니다. 가족의 상처를 가감 없이 말할 때는 어떤 단어를 골라 응원을 해줘야 할지 난감했고, ‘대학을 안 가면 틀린 건가요?’ ‘꿈이 없으면 미래가 불안한 건가요?’라는 되물음에는 답을 찾지 못해 머뭇거렸습니다. 너네는 아직 어려서 인생을 몰라, 그런 말들을 툭 내뱉곤 하는데, 정작 삶을 모르는 건 어른인 것도 같았습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현석주 멘티가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소개해준 책의 제목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을 정도니까요.

2024년 6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4 강원랜드 멘토링 장학> 발대식이 열렸다.
이날 하이디 대표로 참석한 현석주 학생은 “어느 현장에 있건,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지난 6월 16일, 2024 강원랜드 멘토링 장학 발대식에서 현석주 하이디를 만났습니다.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할까요. 아버지와 어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나요?
아버지가 57년생 닭띠, 어머니는 62년생 호랑이띠입니다.

 

 

 

요즘 세대인데 띠를 알고 있네요. 부모님의 띠와 모습(성향)이 비슷한가요?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제가 바라보는 어머니는 깨어있는 분이시고, 아버지는 저랑 관계가 안 좋아서요. 가족들을 힘들게 만든 부분이 있으셔서, 아직 그걸 풀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답을 해야 맞는 걸까, 여전히 모르겠네요. 그런 말을 꺼내게 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 우리 각자는 다 그런 모습을 안고 살아간다는 위로의 말이 필요한지, 시간이 마음을 달래줄 거라는 석연치 않은 말을 건네야 할지. 나이가 있다고 다 맞는 답을 갖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지금 바라보는 아버지는 왜 그런 것 같나요?
예전에는 정말 왜 그러실까, 화가 많이 났어요. 지금은 어쩌면 불쌍한 분이구나, 사랑받고 나누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러신 게 아닐까? 여전히 용서는 안 되지만, 한편의 연민을 갖게 됩니다.

 

 

 

지금 이 마음을 서로에게 전한 적이 있나요?
차분하게 말씀드린 건 아니고, 서로 감정이 격해져서 말한 적은 있어요. 자식한테 어떤 말 듣는 게 편치 않으셨을 텐데, 그 뒤로 한동안 잠잠하시다가,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그러셔서. 이제 저도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인 것 같아요.

 

 

 

‘포기’라는 단어는 어떨 땐 필요한 말이지만 또 어떨 땐 참 슬픈 말이네요. 가족은 오랫동안 가까이 있던 관계라서. 우리가 계속 붙들 수 없다면, 우리는 언제 ‘포기’라는 단어를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중한 관계에서 포기라는 단어를 쓴다는 건 참 슬픈 일이지만, 제 나이(18세)만큼 서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바뀌지 않은 거니까요.

 

 

 

우리가 너무 지치지 않았다면, 변화의 시간이 있지 않을까요?
변화는, 원한다고 해서 그렇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가족, 나와 너, 가까운 사이가 늘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동화책에나 등장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더 할 말이 있나요?
인생이 무한정이 아니니까, 서로에게 상처 주는 시간 대신 내 앞의 생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화내서 상처 받는 건 결국 자신일 수 있으니까요.

 

 

 

지금의 생각, 마음이 언젠가 잘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고향이 김삿갓면이죠. 어떤 동네였나요?
영월군 마대산 중턱에 홀로 있던 집이에요. 김삿갓 생가 터가 이웃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었죠, 근처 사람 얼굴을 볼 수 있는 가까운 마을이 걸어서 20분 떨어져 있었어요.

 

 

 

왜 그렇게 외로운(?) 곳에 터를 잡았을까요?
젊었을 때 어머니의 계획이 산에 들어가 조용히 사는 것이었대요, 그렇게 머물 곳을 찾다가 여기를 왔고, 아버지를 만났고. 제가 아는 어머니는 한다고 한 일은 꼭 이루시는 분이세요.

 

 

 

여기, 어머니의 삶은 행복에 가까운 것 같나요?
자신이 원하던 고요한 삶은 아니었지만, 힘든 시기를 넘으면서 단단해진 마음이 있지 않을까요. 어머니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 같은 아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겠네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지금처럼 자주 대화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늘 바라던 삶처럼, 앞으로는 편하게, 자유롭게 사시면 좋겠습니다.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었지요.

현재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진실을 말하기, 서로 돕기.

쉼 없이 떠오르는 생각보다 침묵을 신뢰하기.

마침내 집에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 책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에서 –

 

 

중학교 2학년부터 강원랜드 멘토링 장학사업에 지원하고 계속 참여 중인데요. 처음 하이디(강원랜드 멘토링 장학에서 멘티를 부르는 이름)로 지원할 때의 마음이 궁금해요.
그때 코로나가 터졌어요. 원래도 산 중턱의 집에서 30분을 나가야 친구들을 만났는데, 코로나 탓에 밖을 나갈 수가 없었어요. 온라인이지만 하이샘(대학생 봉사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또 장학금을 지원하니까, 나를 응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요.

 

 

 

예전 참여자 인터뷰에서 멘토링 vs 장학금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이라는 질문에 장학금이라고 솔직하게 답했어요😄 장학금은 잘 쓰고 있나요?
첫 장학금은 컴퓨터를 구입했어요. 온라인 멘토링에 참여하고, 하이샘과 숙제 발표를 하려고요. 물론 잠깐씩 게임도 했지만요😂 경제적 상황이 넉넉한 편은 아니라서 생활비에 보태고,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하고, 저축도 하고, 자식 키우면서 들어가는 돈이 있잖아요. 장학금 덕분에 가족이 한시름 놓은 게 가장 보람인 것 같아요.

 

 

 

올해 발대식에 참석해서 이번 기수 하이디 대표로 발표하는 모습이 참 예의 바르고 의젓했어요. 특히 ‘사회에 도움을 주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말이 반가웠습니다.
그동안은 온라인으로 참석했는데요. 이번엔 현장에서 발표하게 돼서 많이 떨렸어요. 하이디로 연속 참여 중인데, 늘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과 정돈된 자세로 임할 계획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야 올해 저와 만날 하이샘도 더 편하게 활동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정돈’이라는 말을 또래들이 많이 쓰나요? 뭔가 복잡하고, 인생을 좀 아는 나이에 쓰는 표현 같기도 해서요😀 내 인생, 정리가 좀 필요해, 그런 느낌?
평소 많이 생각하는 단어는 ‘겸손’인데요. 사람은 익숙해지면 초심을 잃잖아요. 그래서 어느 시점이 되면, 그동안 해 온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참 어른스러운 말들이네요. 스스로 공간(방) 정리는 잘 하나요?
청소와 정리정돈하는 걸 좋아해요. 지금 한국소방마이스터고등학교 기숙사(4인실)에서 생활하는데, 누구보다 깔끔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지금 어떤 나이인 것 같아요?
보통 ‘고 3’이라고 하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시기인 것 같지만, 이번 한 해가 나머지 인생을 결정짓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너무 급하지 않게, 길게 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졸업하면 먼저 군대를 마치고 나서 바로 취업을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대학은 언젠가 제가 필요하면 다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의 경로가 아닌 나의 경로를 찾고 있구나, 그렇게 보이네요.
제가 하나의 상황이 정리가 안 되면 다른 일이 잘 안 잡히는 성격이라서요, 고등학교 졸업 후 당장 취업할 곳도 마땅치 않고, 또 취업부터 하면 나중에 군대를 가야 하니까, 먼저 군대라는 한 가지 일을 처리해두고 싶었어요. 군대에서 사회 경험을 하고 나면 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은 자기의 경험 안에서 타인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대학이 익숙한 사람들은 나중에 석주 학생의 삶을 궁금해하며 ‘어느 대학 나왔어요?’ 이렇게 쉽게 질문할 수 있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죠.
지금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딱히 모르겠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분명하지 않아서요. 막연하게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대학도 필요한 사람이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꼭 대학을 안 나와도 남을 도울 수 있겠죠? 누군가 제게 그런 질문을 하면, 어느 때건 당당하게, ‘그건 나의 선택이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너무 남이 정한 기준에 휘둘리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있고, 결국 사람은 각자의 삶을 선택하니까요.

현석주 하이디는 2023년 9월, 강원랜드 멘토링 장학사업의 참여자 성장 프로그램인 ‘ESG 소셜임팩트 챌린지’에서
영월 지역 어르신들과 청소년이 가까워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처음 하이디 신청서에 보면 꿈이 있었잖아요, 요리하는 게 좋다고,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누군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서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요. 그 꿈은 어떻게 된 거예요?
그때는 요리가 좋았는데, 지금은 그만큼은 아니라서요. 장래희망이 없으면 앞으로의 삶이 불안한가요? 꿈이 없으면 왠지 걱정되나요? 제가 아직은 특출난 재능은 없어서, 그래서 열심히 살면서 나름대로 잘 먹고 잘살고, 내 앞가림 잘하고, 그러면서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지금 꿈이긴 한데, 그런 꿈은 이상한가요? 한편으로 저 같은 보통의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가 돌아가는 건 아닐까요?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뭔가를 조언하면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고, 그런가요?
아닙니다. 산속 집에 민박하러 오신 어르신 손님도 많았거든요. 스님도 들르셨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어른과의 대화(?)에 익숙합니다. 어른의 말 안에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른 관점에서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 일 나가시면 어렸을 때부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했어요. 외롭다거나, 답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나요?
전기 안 들어오고, 재래식 화장실에, 구석구석에서 벌레가 나오는 집이었어요. 편리함에 익숙한 분들에겐 너무 불편한 환경일 수 있지만, 저는 그런 특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비싼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경험이니까요.

 

 

 

누군가의 불편이 누구에겐 특별하고 감사한 일이고, 모든 편리가 단순히 행복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인 것 같네요. 오늘도 많이 배웁니다. 그래도 여기를 벗어나야겠다, 이를테면 도시의 친구들이 부럽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나요?
한 번도 없었어요. 행복은 자기가 만족하는 바를 따라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언제 어디서건 불평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긍정적인 행복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좋은 게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사는 게 그렇지 않나요? 제게 주어진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혹시 ‘도’를 아세요?😀
어머니와 평소 나눈 문답의 영향 같은데요. 초등학교 4~5학년 때 같은데, 어머니가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집에 오래된 대추나무가 있는데, 거기 구부러진 나뭇가지를 보면서 ‘넌 저 구부러진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니?’ 물으셨어요. 잠시 생각하다 ‘자기 방식대로, 있는 그대로 잘 자라는 것 같아요’라고 했거든요. 어머니가 그 얘길 듣고 엄청 기뻐하셨어요. 사람마다의 사정이 있고, 행복과 불행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렇다면 서로 인생의 무게는 같지 않겠느냐는 대화도 기억합니다.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때도 이렇게 어른(?)스럽나요?
아, 친구들과는 게임 같은 또래의 주제로 이야기해요. 어른들과 대화할 때는 그 높이에 맞추고요.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라는 말을 듣긴 했습니다😅.

 

 

돌아보면, 어떤 날이 가장 빛났던 시절이었나요?
현재입니다. 과거는 추억, 경험이고 미래는 꿈꿀 수 있는 방향인데요. 과거가 쌓여 현재가 되고,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되기 때문에, 지금을 빛나게 살고 싶습니다. 현재에 충실하면, 과거의 나에게 그래도 잘 살았다고 말해줄 수 있고, 미래의 내가 반짝일 수 있을 테니까요.

 

 

 

태어나면서 주어진 환경이 내 앞을 방해한다거나,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아뇨, 그 환경 안에서 저는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상황이 제 삶의 생각과 태도를 가늠할 수는 없잖아요. 하이디가 되어 하이샘을 만나는 기회도 그래서 얻었으니까요.

 

 

 

만약 돈이 아주 많으면, 뭘 하고 싶나요?
제가 그렇게 많이 가져가서 뭐 하겠습니까?😊 제 삶의 1순위는 자유, 편안함인데요. 만약 의식주를 해결하고 과분한 돈이 남는다면, 돈이 없다는 이유로 불행한 친구들이 덜 생기게 하고 싶어요. 나만 여유 있고 행복한 사회가 아니라, 주변이 불행하지 않는 사회가 더 좋은 세상 같거든요. 그런 마음을 담은 것 같아서, 하이디, 하이샘이 연결되는 강원랜드 장학사업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져요. 저도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아, 대학생이 안 되면 하이샘으로 참여를 못하는데, 그건 아쉽네요.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하이샘으로 다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하이샘이 아니더라도 사회인으로 지역 후배들(하이디)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겠습니다.

나중에 멘토의 역할을 맡는다면 멘티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솔직히 공부 쪽은 자신이 없고요😂 내 판단을 강요하지 않고 멘티의 생각을 지지해주고 싶어요. 무엇보다 친구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싶습니다.

 

 

 

부모님의 꿈은 뭘까요?
어머니의 꿈은 마음 편한 곳에서, 나무들 바라보고 풀 뽑고, 그런 고요한 삶을 생각하실 것 같아요. 아버지와는 그런 대화를 많이 못 나눠서,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아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떤 걸까요?
자기 손에 잡히지 않는 자식이 아닐까요.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불효자인 것 같은데, 정확히 모르겠네요.

 

 

 

인터뷰 초반에 툭 튀어나온 가족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걸렸어요. 지금 분위기와 이런 질문이 맞나 모르겠는데, 그냥 묻겠습니다. 가족이 함께 중국집에 간 적이 있나요? 아버지의 탕수육 취향은 ‘찍먹’인가요, ‘부먹’인가요?
아, 모르겠네요, (잠시 침묵)모르겠어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냥 석주 학생이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자는 생각을 했는데요. 혹시 오늘 불편했거나 무례한 이야기가 있진 않았을까, 마음이 쓰입니다.
아닙니다. 오늘 솔직하게 제 생각과 삶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누군가 제 이야기를 듣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말이 있나요?
남과 비교는 안 하면 좋겠어요. 넌 왜 그렇게 사니? 다른 아이들은 이런데… 이건 안 좋은 것 같아요. 우리들의 세계에서 충분히 고민해서 했을 선택이라고, 그렇게 바라봐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마 중학교 때 읽은 책인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맨 뒷장에 담긴 문장을 가끔 생각하거든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작 알을 깬 적이 있을까, 그렇지 못한 어른인 것 같아 스스로 난처하고 부끄러울 때가 있거든요. 석주 학생의 마음에 담긴 한 문장이 있다면 뭔가요?
저도 마음에 와닿았던 책이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다산초당 출판)는 책을 찾아봤습니다. 부제는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저자 이름에서 ‘나티코’는 ‘지혜가 자라는 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책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참으로 단순하고 명쾌한 진실이지만,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잊어버립니다”. 그렇게 오늘 틀렸던 것, 오늘 너무 쉽게 잊어버린 것들을 생각하는, 깊은 밤을 맞이했습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