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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언론보도

[한겨레] 우리 회사가 키운 ‘재능’ 우리 사회가 함께 써요

By 2015년 11월 30일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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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회공헌
기업의 단순 기부 벗어나
임직원 전문지식과 경험 살린
‘프로보노’ 방식으로 진화

초등교 찾아가 직업체험교실
대학생들에겐 진로고민 멘토링
기업 60%가 전문역량 나누기

임직원 봉사참여 8년새 2배로
재능나눔 직원 소속감 커지고
지역엔 기업 이미지 높아지고

대학생 형, 누나 선생님을 만나 3년 만에 성적이 평균 60점에서 90점으로 올랐어요. 진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을 나눠요. (동원중3 이아무개군)

현대차 멘토에게 삶의 방향에 대한 조언을 많이 얻었어요. 덕분에 청소년을 가르치는 제 자세도 책임감 있게 변했죠. (삼육대 3학년 유대현씨)

재능을 사회와 나눠 보람을 느끼고 기업도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확산할 수 있어 좋아요. (현대자동차 사회문화팀 최재호 차장)

현대차그룹은 사단법인 점프, 서울장학재단과 함께 ‘H-점프스쿨’을 3년째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해마다 수십명의 임직원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약 5억원을 지원한다. 운영 방식은 현대차 임직원이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멘토(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가 되고, 다시 대학생들은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가르침을 건네는 이른바 ‘다단계 멘토링’ 방식이다. 현대차 임직원의 전문 분야는 법무, 마케팅, 홍보, 연구개발 등으로 다양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대학생들에게 진로 관련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려고 500명이 넘는 지원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자신의 전문성을 이용해 대학생에게 조언을 주고받으며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회사 소속감도 함께 고취된다고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 이병훈 이사는 귀띔한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처럼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 활동이나 축적된 자산을 이용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순한 기부에서 벗어나 임직원의 전문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해 기업별 전문성을 살린 ‘프로보노’(Pro Bono)형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프로보노는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활용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나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는 활동을 뜻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35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을 보면, 지난 2000년 사회공헌활동의 95%를 차지했던 기업들의 일반 기부 행위가 2014년에는 55.8%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회사의 전문 역량을 이용한 자체 사회공헌활동은 5%에서 44.2%로 늘었다. 그만큼 임직원들의 사회공헌활동 참여 시간도 늘었다. 2006년 1인당 평균 7시간에서 지난해에는 17시간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전경련이 1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0%가 해당 기업의 전문 역량과 연관 있는 사회공헌활동 위주로 계획을 세웠다고 답했다.

다양한 기업들이 자신의 역량을 이용하다보니 유형도 다양하다. 우선 교육 분야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 들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직업체험 프로그램인 ‘주니어건설아카데미’를,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승무원, 정비사 등으로 봉사단을 꾸려 학교나 기관을 찾아가 ‘색동나래교실’을 운영한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경영지원 활동으로 에스케이(SK)는 사회적기업 등에 회계·마케팅 등 경영을 자문하는 프로보노 봉사단을, 한국타이어는 사회복지기관 등 사회적 기업 운전자들에게 차량 관리 기술을 안내하는 ‘H-세이프티 드라이빙스쿨’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밖에 한화가 취약계층에 무료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주는 ‘해피선샤인’처럼 회사 특성을 살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유형도 있다.

이런 활동은 기업이 발디딘 지역사회의 발전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미국 탭루트재단의 글로벌 프로보노본부 조엘 바셰브킨 이사는 “프로보노 활동이 기업이 꼭 해야 하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기업의 자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금융위기 이후 명성에 흠이 간 미국 금융계 회사들이 프로보노 활동으로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도움을 받았고, 참여한 직원들도 회사에 소속감이 더 고취됐다”고 말했다. 바셰브킨 이사는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조사를 보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75%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야만 하고 사업의 성공에 비재무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답했다”며 “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사회적 요구에 일치시키고, 프로보노 활동으로 기업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휼렛패커드(HP)가 2013년 14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8시간 이상의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한 직원의 37%가 전년보다 사기가 진작됐다고 밝힌 반면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19%만이 사기가 진작됐다고 밝혔다. 탭루트재단은 약 150여개의 기업이나 기관이 비영리기업이나 지역사회를 돕는 프로보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에스아르(CSR)팀장은 “최근 기업 사회공헌활동이 전문성과 차별화된 모델 구축을 통해 주요 경영활동 가운데 하나로 활용되는 추세”라며 “기업별로 전문성을 살려 활동을 하더라도 활동 대상 지역의 여건과 요구를 외면한 채 일회성 사업에 그칠 경우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 기사 원문 링크: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196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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