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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of Jump

늘 그때 우리처럼 : 상생지락 멘토링 1기 장선우 멘토, 정혜원 멘티 인터뷰

By 2024-05-28July 12th, 2024No Comments

Inside Jump, 점프의 진심담은 이야기, 사람을 만납니다.

 


 

 

“안녕하세요, 이화여대 점프 상생지락 1기(2017년)에 참여한 장선우입니다. 당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동명여중에서 중학교 2학년 멘티(정혜원)를 만났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멘티가 저와 같은 대학 같은 과(사회학과)에 입학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우리가 나눴던 대화에 영향을 받아 진로를 결정했다는 말이 정말 큰 감동이었습니다. 저 역시 점프 사회인 멘토링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멘토를 만나면서 원하는 분야에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가 연결되어 만드는 선한 영향력을 직접 경험했기에, 언젠가 그 연결고리에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점프 사회인 멘토를 신청합니다”.

 

지난 4월 장선우님의 사회인 멘토 신청이 우리 사이에서 꽤 화제였습니다. 삶이 흔들리던 날에 누군가 다정한 말을 들려줄 사람이 있다는 것, 중2는 대학생이 되고 장학샘은 사회인이 되듯 누구에게나 같은 양의 시간이 흐른다는 걸 새삼 깨닫고, 그래서 삶의 과정마다 갈수록 단단해지고 흔들리지 않는가를 물으면, 꼭 그렇지는 않더라는 것. 삶에는 그때마다의 흔들림이 있어서 그 시간 곁에서 ‘안녕’을 물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 상생지락 1기(2017년) 장선우 장학샘과 정혜원 멘티의 서로 흘러가는 시간을 만나 많은 이야기들을 떠올립니다. ‘상생지락’(相生之樂 서로 연결되어 즐거운 우리)이란 이름,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이름을 짓는다고 하니,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는 특이한 제목이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는 박준 시인의 시집 이름입니다. 시집까지 떠올린 김에 그 안의 시 하나를 소개하고 싶어졌습니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뭐랄까요, 생각나는 대로 만들어가는 글 같은데, 이런 글쓰기를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하던가요. 이런 무작정의 흐름을 따라가니 일상이 바빠 멀리했던 시를 만나고, 당신에게 그 시를 소개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는 시입니다. 늘 그렇듯 해석은 각자의 몫. 다만, 이 시를 읽는 당신이 여기 이 시를 소개한 이의 감정과 같다면, (시에 담긴 문장처럼) 당신 삶에서 만든 여러 자랑거리 중 ‘슬픔’이 아직 자랑일 수 있다면, 그게 나와 타인의 ‘어떤 시간’을 혼자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약속 같은 말이라면, 이제 우리는 깊은 우정을 나눌 준비가 되었겠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중략).”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박준 시인, 문학동네 2017)

상생지락 멘토링 1기 멘토 장선우(우), 멘티 정혜원(좌)

성장의 짝꿍

🧑‍🏫 장선우 멘토(2017 상생지락 1기 장학샘. 현재 점프 사회인 멘토)
🧑‍🎓 정혜원 멘티(2017 상생지락 1기 멘티. 현재 이화여대 재학 중)

서로 호칭을 뭐라고 부르나요?
정혜원 멘티(이후 혜원): 저는 쌤요.
장선우 멘토(이후 선우쌤): 저는 혜원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저도 두 분 쓰는 호칭으로 부르겠습니다. 각자 휴대폰에 서로의 이름을 뭐라고 저장했나요?
선우쌤: 그동안은 <상생지락 혜원>이었는데요. 대학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이름 옆에 배꽃🌸(이화여대 심벌마크) 이모티콘을 추가했습니다.
혜원: 저는 그냥, <선우쌤>요😄

서로 나이 차이는 7년, 중학생과 대학생으로 만난 상생지락의 인연도 그 숫자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있네요. 그동안 서로 얼마만큼 삶의 안부를 묻고 지냈나요?
선우쌤: 상생지락 멘토링 이후 연락을 나누지 못했어요. 각자의 삶에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는데. 그러다 멘티(혜원)가 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전해줘서, 정말 반갑고 감동이었어요.
혜원: 저는 멘토 언니가 해준 말들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서로에게 작은 안부를 묻기보다는, 언젠가 ‘큰 소식’을 전하려는 마음이 있었어요. 제가 쌤과 멘토링을 통해 진로(세상에 대한 관심, 사람을 응원하는 쪽의 역할)를 발견했는데, 제겐 ‘큰 약속’(대학 진학)을 이루고 나서 쌤에게 그 소식을 전할 날을 기다렸어요.
선우쌤: 그 소식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혜원이가 벌써 3학년이 됐네요. 그동안 저는 사회초년생의 삶을 챙기느라 또 분주했어요. 취업 준비하고, 인턴일 때는 자리 잡아야 해서 긴장하고, 정규직이 되고는 또 잘 해내고 싶어 욕심을 내고…. 혜원이가 저와의 기억과 약속을 얘기했는데, 이제야 한숨 돌린 제가 우리에게 소중했던 사람, 연결, 응원이란 단어를 다시 떠올렸어요. 최근 점프 멘토링 행사(마이크로소프트 파이어사이드챗_AI 시대를 준비하며)에 참석하면서, 지금이면 나도 사회인 멘토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 마음이 들었어요.

 

 

같은 대학 같은 과라는 특별한 인연이 궁금했어요.
혜원: 공부에 관해서 부끄러운 기억이 있는데요. 중1 때 치른 사회시험 점수가 너무 최악이어서, 그 충격으로 멘토링 신청을 했거든요. 그때 쌤이 사회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이슈들을 가끔 들려줬는데 그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그때부터 제 진로에 ‘사회’라는 단어가 깊이 들어왔습니다.
선우쌤: 너무 고마운 기억이죠. 멘토링은 저도 처음이었고, (당시 혜원이에겐 조금 큰 어른일 수 있지만) 제 나이 스물하나였어요. 돌아보면 모든 게 서툴고 엉성했던 시절인데 누군가의 멘토가 된 거니까, 제가 누군가에게 그런 영향을 미칠지 몰랐어요. 그냥 언니 같은 마음 하나로 시작했는데, 혜원이는 참 대견한 친구가 되었네요.

상생지락 당시의 장학샘 활동 보고서를 찾아봤어요. ‘스물한 살 선우, 열네 살 혜원의 그때로 시간을 되돌리는 느낌이랄까요. “처음엔 서먹했는데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봄날엔 공부를 마치고 떡볶이나 젤라또를 먹으며 우리들의 시간을 쌓았다같은 다정한 일기(?)가 있더군요.
선우쌤: 하하하, 그랬었나요? 제 기억 속 혜원이는 숙제를 너무 잘해와서 가르칠 게 없었다는 기억만 있는데. 제 친동생이 혜원이 또래인데, 그때 제가 공부를 가르쳐주겠다니까 거부했거든요😅 근데 혜원이는 잘 따라오니까, 제가 가진 많은 것들을 진심으로 나누고 싶었어요.
혜원: 쌤 아닌데, 너무 잘 챙겨주고 가르쳐 주셨어요. 그때 제 공부 습관을 깨우쳐준 걸 잊을 수 없어요. 영어 읽기였는데요. 제가 숙제하듯 후루룩 읽으니까, 쌤이 무슨 생각 하면서 읽었냐고, 뭐든 생각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어요😂 아, 스스로 생각하는 공부란 게 있구나, 그런 깨달음요. 요즘 제가 고등학교 후배들 멘토링 할 때 그걸 기억해서 “생각하며 공부하기”를 알려주고 있어요😄

 

 

그때 혜원님은 미래희망으로 문화평론가, 제빵사를 꿈이라고 적었어요.
혜원: 하하하, 꿈은 달라지니까요. 제가 주변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 쌤을 만나서 꿈이 변한 거죠. 아마 다른 쌤을 만났다면 또 다른 내가 있을 수 있고요. 사람은 흔들리니까, 혼자가 아닌 곁에서 삶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동반자가 필요한 것 같아요.

 

 

**혜원은 멘토링 당시 굿즈로 받은 점프 에코백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제가 뜨개질이 취미인데요, 털실 정리가 필요했는데 그 에코백에 너무 잘 담았어요. 지금은 엄마가 가벼운 장바구니로 잘 쓰고 계십니다”. 7년이 지나도 잘 쓰이는 에코백이라니. 선우쌤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혜원이 뜨개질 솜씨가 장난이 아니에요. 곰돌이 인형을 직접 만들어서 학교 행사(대동제/학교 축제)에서 팔았는데 금방 완판됐대요”. 그 기분 좋은 대화 사이에 저도 잠시 끼어들고 싶었습니다. “대박!! 나중에 점프에서 후원 행사 같은 걸 하면, <곰돌이 인형 made by 혜원> 재능기부를 부탁할께요~~”

서로 달라진 지금 삶에서 궁금한 것들은 뭐예요?
혜원: 음, 쌤이 지금 일하는 곳이 IT분야거든요. 어떻게 보면 사회학과와는 다른 진로라서, 어떻게 그쪽으로 연결됐는지, 직장생활은 어떤지,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런 점들이 궁금해요.
선우쌤: 혜원이는 똑 부러지는 친구라서 멋진 거 같아요. 다음 진로도 명확하게 정한 것 같고요.
혜원: 저는 ‘왜 그리고 어떻게 살지’ 늘 고민하고 답을 찾는 쪽이라서요. 고민의 지점을 여러 방향으로 펼치기보다는, 지금 나에게 정당한 이유를 찾는 쪽이랄까요. 쌤의 지금 고민은 뭐예요?
선우쌤: 지금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인데, 같은 일을 해도 ‘한 끗 차’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혜원이의 요즘 고민은?
혜원: ‘나’ 너머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우리’가 될 수 있을까, 그런 관심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조금 이른 질문 같긴 하지만,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혜원: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욕심이 있다면 그런 쪽에서의 ‘큰일’을 하고 싶긴 해요. 큰 사람이 되면 더 큰 영향력을 만들 수 있지 않나요?
선우쌤: 혜원이는 그런 사람이 분명 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내가 하는 일에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또 나를 브랜딩하는 쪽에도 관심이 많아서요. 개인 유튜브 컨텐츠로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꿀팁’을 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아서, 조만간 책을 낼 예정이에요. 그렇게 삶의 지점마다 필요한 것들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디선가 읽고 메모해둔 문장인데요. 미술 평론가 프랭크 오하라는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이가 누구인지 몇 번이고 다시 정해야 한다”는 말을 했대요. 지금 두 분은 어떤 관계로 정의할 수 있나요?
선우쌤: 우리 처음 만났던 그 프로그램처럼, 점점 ‘상생지락’(함께 하는 즐거움)일 거 같아요. 언젠가 내가 흔들릴 때 혜원이가 곁에서 응원의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면서요.
혜원: 제 삶의 인사이트가 되어주는 사람!

 

 

지금 서로의 인생에 추천하는 책(아이템)이 있나요?
선우쌤: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 변화의 시대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을 말해주는데요. 이를테면, 일상의 작은 약속이 매일 쌓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그래서 나도 매일 30분 운동하기, 잠시라도 책 읽기 등 튼튼한 일상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혜원: 저는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박찬국 명강의, 서울대 철학)입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 삶이 영원한 고민의 반복이라면,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지금 한 발 더 내딛자고 스스로 응원의 말을 해줘서요.

서로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찰리 맥커시 지음)이란 그림책이 있어요. 친구들끼리 소중한 인생에 대해 묻고 답하는 얘기인데요. 저자인 찰리 맥커시(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친구들과 나눈 속 깊은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았다고 해요. 책 속의 질문 몇 개를 두 분과 나누고 싶었어요.

 

 

 

🌸1.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니?
선우쌤: 밤늦게 안 자고 쇼츠 보는 것. 일어나지 않는 일을 두고 잠도 안 자고 고민하는 것.
혜원: 방 안에서 혼자 멍한 시간 보내는 것(우리 밖에 나가 뭐라도 경험하는 시간을 보내요).

 

🌸2.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선우쌤: 제가 할게요! 라는 말. 일이나 ‘팀플’할 때, 말이 잘 안 나오지만, 질러놓고 해보는 거요.
혜원: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같은 말. 우리 삶에 굉장히 필요한 말인데, 누구도 잘 하지 않는 말 같아요.

 

🌸3. 살면서 얻은 가장 멋진 깨달음은 뭐니?
선우쌤: 인생사 새옹지마.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것(제 나이 20대 초반이 그랬던 것 같아요)
혜원: 좋은 목표가 좋은 결과를 이끈다! (너무 어려 보이는(?) 깨달음인가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살면서 얻은 가장 멋진 깨달음은 뭐니?’를 스스로 물었습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좋아서인지, 그 답은 ‘상생지락’(서로, 함께 걷는 즐거운 인생)입니다. 서로의 연결이 만든 환한 웃음 사이로, 다시, 뜨거운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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