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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좋은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 강도영 후원자 인터뷰

By 2024-10-2512월 30th, 2024No Comments

Inside Jump, 점프의 진심담은 이야기, 사람을 만납니다.

 


 

 

“올해 국내 명산 100개 완등 도전, 마지막 100번째로 남겨둔 북한산은 점프와 함께 오르고 싶습니다”

강도영 후원자는 점프의 장기 후원자 중 한 명입니다. 우리와 오래 우정을 나누면서, 올해 자신이 시작한 특별한 도전을 알려왔습니다. 등산 좋아하시나요? 등산 마니아들은 알텐데, 한국의 대표적인 산 100개를 오르는 ‘명산100’이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에서 2013년 1월 런칭한 앱입니다. ‘명산100’은 이렇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명산100’은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자 도전으로, 산과 사람을 연결하며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그램. 단순히 등산 프로그램을 넘어 산을 통해 많은 사람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며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때로는 눈과 얼음, 더위와 비를 마주하기도 하지만 100개의 산을 모두 오르는 여정을 통해 더욱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블랙야크, ‘명산100 소개’ 중>

꽤 멋진 도전입니다. 물론 힘들테구요. 자신의 성장을 통해 타인과 깊은 관계를 형성한다는 목표는 점프의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정상에서의 인증 절차는 분명해야 합니다. 정상에서 위치정보를 확인하고, 그 표식 내에서 인증샷을 업로드하면 완등을 알리는 점이 찍힙니다. 하나의 산을 자신의 땀과 시간을 오롯이 투자해서 올랐다는 인증입니다. 

 

강도영 후원자는 올해 명산100 완등에 도전했습니다. 직장인이니 산을 탈 수 있는 날은 주말과 연차 사용할 때. 100개 산을 10개월로 단순 계산하면, 매월 10개의 정상에 올라야 합니다. 매주 2개 이상의 산을 타야 합니다. 그는 너무 규칙적인 건 싫고, 최대한 목표를 빨리 당기고 싶었을까요. 어떤 주말엔 하루 2~3개씩(새벽에 산 하나 3시간 코스, 오전에 근처의 명산 또 하나, 오후에도 가능하면 하나 더) 산을 올랐습니다. 기본 체력이 있으니까, 를 빼면, 도대체 무엇이 한 사람을 미친 듯이 산에 오르게 했을까요? 나이 마흔 중반의 그는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 중이고, 쌍둥이 아들 포함 다섯 식구의 가장이며,,, 이런 프로필을 갖고 있습니다. ‘고인 물’ 직장인의 애환 탓에, 가장의 무게감으로, 나이 듦을 고민하며, 놓아버린 ‘꿈’이 있다면 그걸 찾고 싶어서, 어디엔가 있을 ‘나’를 찾기 위해서? 미친 듯이 100개의 산을 오르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를 따라 지리산 반야봉 코스를 동행한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의 준비되지 않은 등반길이라 너무 힘들더군요. 3km 코스를 어찌어찌 따라가다 결국 반야봉 정상 700m를 남기고 다리가 풀려 중도 포기를 했습니다. 여기서 멈추면 너무 아쉽다고, 거듭된 재촉과 응원을 받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어떡하나요. 남겨진 사람을 두고 제 길을 오르는 한 등반인의 뒷모습을 바라봤습니다. ‘그때 난 포기자였을까요? 삶도 힘들면 도피할 때가 있던 것처럼?’. 뚜벅뚜벅 한 걸음씩, 자신도 지쳤으나 앞을 바라보며, 훈련된 스텝으로 계속 도전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계속 산을 올랐나 봅니다. 마지막 100번째 산을 남겼다고 했습니다. 때로 비에 젖고, 잠을 이겨내며 올랐던 가파르고, 험악한 산들을 기억에 남기며, 대망의 마지막 100은 비교적 가벼운 산행이 가능한 북한산이었습니다. “왜 피날레를 더 유명하고 스토리 담을만한 산으로 하지 않고?” 물었더니,

“99개의 산은 대부분 혼자 올랐잖아요. 외롭고 지치고 뭔가 해내는 것 같은, 복잡한 도전이었어요. 그 마지막 산은 제 도전을 응원해 주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오르고 싶었어요. 100 기념으로 산 하나 당 1만 원씩 적립한 거를 후원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점프와 함께 산을 오르면 더 즐겁고 의미 있을 것 같아서요. 그간의 도전을 의미 있게 축하하고, 축하받고 싶은 제 마음을 담은 초대장입니다”.

삶의 좋은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많은데, 100개의 산을 한 해에 오르겠다는 다짐은 궁금했어요. 산을 올라야겠다, 그 마음을 먹은 이유가 있을까요?
오래된 기억이 지금의 나를 호출한 것도 같아요. 아버지께서 산을 너무 좋아하셨거든요. 초등학교 3학년쯤이었을 텐데, 너무 힘들어 매번 울면서 등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아버지와 같이 가면 한 번도 쉬지 않고 정상까지 가야 했습니다. 잠깐 쉴 때도 서서 쉬어야 했죠.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정상 근처에 다다랐는데, 결국 정상까지 가는 오르막을 오르지 못했습니다. 너무 지쳐서 ‘다시는 산에 안 올 거야’라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상까지 거의 다 왔지만 끝내 오르지 못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선명해요. 그런데 그 산이 어디였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꿈에서도 그 산의 바위가 떠오르곤 해요. 산 이름도 모르고 그때가 그리워지는 게 조금 아쉽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올랐던 추억을 빼면, 힘들었던 기억이 큰 것 같습니다. 그렇게 힘들었던 산인데, 왜 나이 마흔중반에 다시 오르려고 한 건가요?
정상에 다다르지 못하고 울면서 내려왔던 그 유일한 산이 자꾸 마음에 남아 있더라고요. 올라가면서 계속 울다 보니, 내려오는 사람들이 ‘다 왔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라고 말해주셨어요. 애써 보려 했지만, 결국 그 마지막 한 걸음은 못 내딛었거든요. 아버지는 혼자 정상까지 올라가셨고, 저는 밑에서 아버지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기다렸습니다. 결국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아버지와 함께 내려왔던 그 기억이 남아 아쉬움으로 남은 것 같아요. 마무리를 짓지 못한 듯한 그 감정, 완전히 끝내지 못한 느낌이 아직도 저를 붙잡고 있죠. 

 

 

 

100개의 목표, 100개의 시작. 가장 처음 도전했던 산은 어디였나요? 
최초의 산은 월악산입니다. 작년에 친구와 캠핑을 갔다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명산 100개가 있더라는 말을 듣고,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작년에 3개 산을 탔고,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했어요.

 

 

 

첫 산인 월악산을 타셨을 때의 마음 가짐이 기억 나세요?
매년 여름 휴가 때 월악산 캠핑장을 방문했어요. 익숙한 곳이니까. 처음에 뭔가 대단한 마음을 가지면 부담되잖아요.  ‘그냥 한번 올라보자!’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출발했어요. 

 

 

 

가볍게 시작한 마음이 중요한 다짐이 되는 계기가 궁금합니다. 몇 번째 산을 오르셨을 때, 100개를 완동해야겠다고 결심하셨나요?
요즘 말로 월요병이나 직장인 우울증이란 게 있잖아요. 출근하기 싫고, 뭔가 무의미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뭘 얻었지, 꿀꿀하고. 작년에 건강이 안 좋아지고 살도 많이 쪄서 아내에게 맨날 ‘나 퇴사하고 100일 동안 산만 다니면 사람이 될 것 같아’라고 농담처럼 말했죠😂 곰과 호랑이가 100일 만에 사람이 됐다는 얘기를 하면서요. 그러다가 올해 초 우연히 전남 강진에 갔는데, 할 게 별로 없어서 그냥 산에 올라가 봤어요.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회사 다니면서도 충분히 산에 갈 수 있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방 산을 오르려면 운전도 오래 해야 하고 힘드니까 한 번 갈 때 그 근처 산들을 3개 정도 타려고 합니다. 간 김에 여러 산을 오르니까 ‘이거 할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100개의 산을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산에 관한 좋은 말들을 찾아봤습니다. 저는 이 말이 와 닿았어요. “등산의 기쁨은 정상에 오르는 순간 뿐 아니라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에 있다”(산악인 크리스 보닝턴). 산에서 만난, 이보다 더 근사한 문장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산에 오르기 전에 네이버 같은 포털에서 등산 코스를 미리 찾아보고 가는 편입니다. 포털에서는 흔히 초보자에게 적합한 산, 고수가 올라야 할 산 이런 기준으로 포스팅을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산에 오르다 보니 이런 기준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산은 꾸준히 오르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시간 제한도 없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오르면 되는 거죠. 초보자는 천천히 오르면 되고, 고수는 빠르게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그만이니까요. 그래서 등산을 하면서 느낀 건, 등산에는 입사 자격처럼 뭔가 자격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회사라면 입사할 때 자격 요건이 있지만, 산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이었어요. 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오르면 된다는 점에서 참 자유로운 활동이죠.

 

 

 

그렇다면 산을 오를 때 한계를 마주친 적은 없으신 건가요?
엄청 많죠. 처음 산에 갈 때는 내가 어느 정도의 산을 오를 수 있을지 전혀 모르잖아요. 특히 강원도 산은 정말 험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가면 되겠지, 물 한 병만 챙기면 되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왕복 8시간이 걸리는 산에 가니까 정말 죽을 뻔했어요. 물도 안 챙기고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흙탕물까지 마셔가며 버텼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가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어요.  심적으로 힘들었던 때는 두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이번 여름 휴가 때, 일주일 동안 20개 정도의 산을 오르면서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때였고요. 두 번째는 90개를 채우고 나서 마지막 10개의 산을 남겨두었을 때였어요. 그때는 ‘이건 좀 아껴둬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다 핑계더라고요. 어차피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9번째 산인 조령산을 오를 때가 정말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산을 오르면서 한계를 마주하고, 또 극복하는 모든 과정을 겪으셨는데요. 이 과정에서 후원자님이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살이 많이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제 몸무게가 마치 라디오 주파수 같았어요😅 103.8kg였는데, 지금은 85kg 정도로 줄었으니까요. 몸이 변하면서, 저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더 부지런해졌고, 스스로 뭔가 해보자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어요. 저한테 등산은 ‘트리거’ 같은 역할을 한 것 같네요. 산을 오르면서 ‘내가 100번째 산을 오르면 진짜 내가 바뀔까? 좀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엄청난 변화가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등산을 해보니 그런 변화보다는 앞으로 더 꿈꿀 수 있고, 무언가를 더 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사실 바뀐 건 거의 없는데, 그럼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된 거죠. 얼마 전에 10km 마라톤을 뛰었습니다. 2014년도에는 1시간 38분이나 걸렸거든요? 이번에는 1시간 3분이 나와서 ‘괜찮네’ 싶더라고요. 요즘은 매일 아침에 5km 정도 뛰고 나서 출근합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할 동력을 얻은 것 같아요. 

 

 

 

아까 회사 생활과 등산이 비슷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도전하는 과정에서 기억할 것이 생긴다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삶의 동반자로서 우리가 더 기억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나요?
100개의 산을 정복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회사에서 하는 일이나, 등산이나, 그리고 삶의 다른 부분들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 어떤 때는 평지처럼 계속 걸어야 할 때도 있잖아요. 이런 것들이 마치 회사 생활과 닮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날 새벽에 일출을 보려고 한 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려니 너무 짜증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카카오 맵을 켜서 정상을 찾아봤더니 쭉 가라고 나오는데 길이 없어요. 그냥 가보자 해서 위험한 길을 탔어요. 돌덩이들이 나오고, 너무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예전에 등산로였던 흔적이 보이긴 했는데, 길이 사라져 있던 거죠. 결국 그 길로 올라가니 정상에 도착은 했는데, 펜스를 넘어가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가는 이 길을 흔적으로 남기고 싶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는 길도, 사실 누군가는 한 번쯤 다 지나간 길일지 몰라요. 그런데 아무도 타지 않은 길을 걸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그런 맛이 있더라고요.

 

 

 

취업을 준비하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앞둔 점프 커뮤니티들이 있습니다. 아마 그들에게도 한계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을텐데, 자신만의 ‘산’을 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분들이 ‘올해 몇 개의 산을 탔나요?’라고 묻곤 합니다. 올해 안에 1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면, 그 뒤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떤 산이 제일 좋나요?’ 혹은 ‘어떤 산이 제일 힘든가요?’ 같은 질문인데요. 직장 생활에서도 ‘어떤 직업이 제일 좋나요?’라는 질문과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등산이나 직장 생활이나 정상에 올랐을 때는 다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산을 30개 넘게 오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산을 탔는지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요. 사실 올라가고 나면 다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지리산은 아름답고 설악산의 공룡 능선은 멋졌지만, 어느 산에서의 어떤 순간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집니다. 아버지께서는 산은 여름과 가을에 다 초록과 단풍이라는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어느 산을 가나 다 비슷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산쟁이들은 모든 것을 헐벗은 겨울 산을 탄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대들이 인생이라는 산을 오를 때도 물론 고비가 있겠죠. 산을 오르는 날씨 좋은 여름과 가을의 시기에 해결책을 고민해보고, 조금 더 올라가서 겨울을 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버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회사는 마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현재 속해 있는 회사와 나의 자세를 명확히 보려면, 옷을 벗어야 진짜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너무 춥고, 너무 덥다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보다 조금 더 올라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아보고 쉬는 시간도 가졌다가 겨울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전체적인 큰 숲을 볼 수 있을 때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00개라는 목표를 단기적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목표가 자신의 삶 안에서 어떤 약속이나 도전이었나요?
명산100 어플을 사용하면 등산 인증을 할 수 있습니다. 인증이 미완료된 산은 검정색으로 뜨고, 인증이 완료된 산은 빨간 점으로 떠요. 산을 타는 것도, 목적지까지 운전하는 것도 힘들지만, 검정이던 빈 곳이 빨갛게 채워지는 게 보이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가끔 구멍이 난 검은 점이 있으면 짜증이 나기도 하고요. 지도를 보면서 ‘이것만 하면 다 채울 수 있는데’라는 생각으로 산을 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삶에 빈 곳이 많아, 그걸 채워가는 시도를 한 것도 같네요.  

 

 

 

100개의 산을 모두 오르고 나서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를 발견하실 것 같나요? 그리고 그 변화가 앞으로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 같나요?
산 하나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이미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얼마 전에 점프와 자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기부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저는 후원 금액으로 나가는 돈이 얼마인지조차 몰랐는데 저를 개국공신이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점프에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기부를 한 사람이 저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에 기부할 때는 그 자체가 별로 대단하지 않게 느껴졌지만, 돌아보니 내가 함께 길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점프의 개국공신을 유지했기 때문에 이런 점프레터 인터뷰라는 이벤트가 만들어진 것처럼, 명산 100개를 등반한 계기로 제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도영 후원자의 등반 초대장

 

마지막으로 남겨둔 산이 북한산이고, 점프 커뮤니티와 북한산을 오른 뒤 100개 완등 기념으로 100만원을 후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후원을 결심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요?
100개의 산 중 대부분을 혼자 올랐습니다.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여럿이 온 사람들은 막걸리 한 잔을 나누고, 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더라고요. 정상에 올랐을 때의 감흥은 혼자 왔을 때와 같이 왔을 때가 정말 다르거든요. 더 많은 의미를 남기는 그런 모습이 부럽더라고요. 그리고 자녀가 셋인데, 나중에 그들이 저의 흔적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스스로도 제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개국공신’이라는 칭호를 들은 뒤, 좋은 일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방점을 찍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런 좋은 이야기, 경험, 함께 북한산을 오르자고 점프 커뮤니티를 초청한 날이 12월 1일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의 첫날이라서, ‘송구영신’의 다짐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참여자 중에 등산을 처음 하는 멤버도 있을 텐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그냥 한 걸음 내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도를 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보통 포털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초보자에게 적합한 코스나 중급자, 고수가 오르기 좋은 산으로 구분되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산의 매력은 시간 제한이 없다는 점이에요. 누군가가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하다’라는 글을 봤다고 해서 그에 얽매이지 말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하나씩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그게 쌓여서 자신만의 등산 방식이 생길 겁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저만의 방식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저는 배낭을 안 메고 다녀요. 3시간 코스라면 물 하나, 5시간 코스는 물 두 개에 초코바 하나면 끝입니다. 6시간이면 물 두 개, 3시간이면 하나 이렇게 딱 정해놓고 다녀요. 만약 누군가와 같이 간다면 간식도 챙겨야 하니까 그때는 배낭을 메지만😄 처음에 시도를 하다 보면 본인만의 길을 오르는 방식이 생길 것 같습니다.

 

 

 

점프 커뮤니티와 마지막 산을 오르게 되실 텐데, 예비 참여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함께 오르고 싶은 인재상(?)이 있으실까요?
제게는 마지막 100번째 산이자 겨울 산이죠. 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은 이 등산이 첫 번째였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분들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거든요. 또, 100번째 중 처음이었던 월악산에 같이 올랐던 친구와 그 가족들을 초대하기로 했어요. 제 가족도 같이 오를 거고, 그렇게 처음과 끝을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기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길잡이, 셰르파로 참여하시는 거네요.
길잡이, 길잡이보다는 그냥 동반자가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잘 마련된 길을 따라 함께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없던 길을 만드는 것도 정말 의미가 크다고 느끼지만, 다같이 호흡하면서 걸음을 내딛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인생이라는 험한 산을 올라야 하거나, 잠시 길을 잃었거나, 저 앞의 정상을 앞에 두고 지친 이들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까? 
저는 루틴을 가지고 있어서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이렇게 세면서 오르거든요. 이렇게 4보를 1개로 친다면, 대부분의 산은 2천 개 이내에서 끝이 납니다. 특히 마지막 1킬로미터를 남겼을 때가 가장 힘든 시점인 것 같아요. 눈으로 보이는 정상까지는 직선 거리로 1킬로미터거든요. 등산을 안 하는 분들은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다 왔어, 이제 끝이 보인다’라는 생각이 더 강해서 오히려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1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너무 힘들어서 그동안 몇 개를 셌는지 까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정말 짜증 나죠. 그래서 대부분 1킬로미터에 다다르면 ‘리셋’하는 기분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계속 오르다 보면 결국 내가 얼마나 힘들게 올라왔는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었는지를 내려갈 때 알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많이 올라왔나?’ 하고,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잖아요. 그런데 중요한 건 자신만의 리듬으로 가는 거예요. 저는 처음에 평지에서 느린 스타일이거든요. 지리산에 갔을 때에도 마지막 600~700미터를 남겨놓고 저를 앞서갔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돼요. 그러니까 자신만의 리듬으로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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