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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 사회인 멘토 정세교 PD 인터뷰

By 2024년 3월 27일4월 23rd, 2024No Comments

Inside Jump, 점프의 진심담은 이야기, 사람을 만납니다.

 


 

 

‘워크맨’ 정세교 PD가 한 인터뷰에서 일의 성취감에 대해 말한 걸 기억합니다. 네 문장의 짧은 코멘트였는데, 그 안에 긍정, 응원, 관심, 배려 등 사람을 생각하는 단어가 가득했습니다. 일을 통해 이삿짐센터 분들을 만났는데 온종일 힘든 노동 속에서도 서로를 응원하시더라, 소방관 편에는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가 많아서, 덩달아 본인도 예상치 못한 감동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일의 만족에 관한 개인의 이야기였지만, 저 현장의 단어들이 있어서 사회를 지탱하는 게 아닐까요?
정세교 PD는 점프의 초창기 바운서(장학샘)였고, 알럼나이를 지나 사회인 멘토입니다. 그가 말한 주변에 대한 관심, 서로에 대한 응원 등은 점프의 단어와 무척 닮았네요. 한 사람의 20대부터 30대까지, 점프는 그때의 기억일까요? 계속되는 인연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세교 멘토와 인터뷰는 두 개의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먼저 장학샘이라는 20대의 기억이 벅찬 사회생활을 지나 30대 중반에 이른 지금, 어떤 마음으로 작동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이 첫 번째입니다. 30대 사회인 멘토로서 다음 세대에게 건넬 수 있는 말들도 궁금했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청년세대의 불안과 성장 욕구, 도파민 중독,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등 요즘 세대의 키워드를 뽑고, 그에 답하는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흥미롭게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서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최근 사회인 멘토 근황 업데이트를 보니 이직을 한 것 같아요. 어떤 프로그램을 맡고 있나요?
JTBC 룰루랄라 스튜디오에서 ‘워크맨’ 시절을 거쳐 최근 쿠팡 자회사인 씨피엔터테인먼트로 옮겼어요. ‘SNL 코리아’ 팀에 합류 했습니다.

 

 

요즘 ‘SNL 코리아’가 핫 한데요. 저는 숏츠로 가끔 보는데, 현 사회에 대한 풍자를 기막히게(?) 잘 해내더군요😄 현장에 있으면 어떤가요?
일하는 사람은 결국 현장의 반응에 집중하게 됩니다. 매주 목요일에 현장에 초대된 300~400명의 관객 대상으로 SNL 사전 촬영분을 공개해요. 현장 반응은 바로 나오니까, 반응이 터지나 안 터지나 긴장이 되죠. PD 입장에서 현장의 관객을 만나는 건 신기하면서 부담이 크죠. 관객들이 웃고 박수칠 때의 희열이 너무 좋아요. 현장이 주는 긴장감의 반대편에서 만나는 일의 만족감이 있습니다.

 

 

오늘(금요일) 인터뷰 약속을 2시간 미루셨어요. 급작스런 상황은 정리됐나요?
원래 금요일은 여유가 있는 날인데, 갑자기 다음 주 촬영 준비 미션을 받아서요. 변경된 스케줄 조정하고, 함께 일하는 스태프나 외주업체에 양해를 구하느라 시간이 필요했어요.

 

 

원래 방송국 촬영 현장과 일정에 변동이 잦은 편이죠.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대응하는 것이 또 하나의 일일 텐데, 어떤가요? 그런 불규칙성에 잘 적응하는 편인가요?
일의 만족과 불만족이 있다면 변동성은 불만족에 속하죠. 바로 전날 촬영 일정과 분량이 바뀐다거나, 여전히 현장성이 많아요. 그러면 바뀐 부분을 커버하기 위해 다시 준비해야 하고, 의상팀 등 스태프들에게 미안한 일이 되잖아요.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더 좋은 주제에 대한 욕망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죠. 그런데 일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는 짜증이나 화가 안 나요. 돌아보면 힘든 마음이 드는데, 그렇게 버티고 응원하며 7년의 일상을 반복하고 있네요. 그러다 문득 내 삶을 생각할 때가 있어요. “지금처럼 흘러가도 괜찮을까?”. 오히려 바쁜 시간 속에서 짬짬이 ‘나’를 고민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 중간중간 정세교 PD를 찾는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네 선배님…’. 그러면 잠시 인터뷰가 중단되고, 일하는 사람은 현장에서 들어오는 요청에 대응하는 시간을 갖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팀에 윗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는데요. ‘어른들’과 함께 일하는 건 괜찮나요?
요즘 말로 ‘꼰대’ 걱정을 하시는 거죠? 우리 일의 특성상 ‘꼰대’는 없어요. 늘 새로운 세대, 트렌드와 접점을 찾는 사람들이니까요. 다들 SNL 크루(멤버)를 칭찬하잖아요. 크루 오디션은 정말 치열하게 진행되는데, ‘어른들’께서 오랜 경험을 갖고 있어서 사람 보는 눈이 특별하긴 합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기억은 어떻게 인연이 되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만약 그때(점프의 바운서 시절, 2~4기 활동)의 기억이 없었다면, 우리가 서로 만날 일이 없었을 테니까요. 점프와 첫 인연을 맺은 그때를 어떻게 기억하나요?
군 제대하고 복학한 시점이었어요. 친구의 사촌 누나가 점프의 창립 멤버인데, 멘토 그룹이 대단하다면서 활동을 해 보라고 추천했어요. 제가 진로 문제로 방황하던 때였어요. 사법고시 준비를 하다가 포기하고, 다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 멘토들에게 내 삶을 질문해야겠다, 그러면 뭔가 답을 얻겠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기자, PD, 법조인 등 제 진로와 관련된 멘토분이 많아서 행운이랄까요. 그때는 마치 동아리 같은 모임이었어요. “세교님, 여의도에서 볼까요” 해서 나가면 멘토분들이 우르르 앉아서 저를 환영해줬어요. 이쪽 테이블에서 술 한 잔 하고 저쪽 테이블에서 PD 멘토 만나고, 다시 이쪽 테이블로 옮겨 법조인 선배님 조언을 듣는 식이었죠. 한 자리에서 다양한 삶과 생각들을 만날 수 있어서 20대 방황하던 제 삶에 큰 도움이 됐어요.

 

 

당시 점프 장학샘 모집 공고를 기억하나요?
아 빡센(?) 일정이었어요. 장학샘 면접을 보러 갔는데 경기도 부천에 있던 사무실이던가요. 영화에 나올법한 일수 사무실 같은 공간에서 면접관 4분이 앉아 있었어요. 그래도 다들 똑똑해 보이시는 인상이라서 안도했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시간을 버텼을까요. 하루 4시간씩 주 3회니까 일주일에 12시간, 한 달이면 48시간을 활동했네요. 그때 제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다들 그렇게 시간을 채우는 줄 알았어요😊.

 

제가 맡은 멘티들은 일본인 다문화가정이었어요. 당시 중 2이던 장남을 맡았는데, 그 집이 삼형제였어요. 중 1, 초 6 연년생으로요. 정작 세 형제 모두의 장학샘이 된 거죠. 하루 4시간을 어떻게 계속 공부만 하나요? 공부하다 밖에 나가면 두 동생들이 따라오고, 배고플 테니 간식이나 밥은 사주고 싶은데, 저도 배고픈 학생 때라 매번 사줄 돈은 부족하고요. 공부하라고 책도 사주고 싶은데 마음만 있어서 돌아보면 아쉬운 시절이었네요. 그때 점프 장학샘 활동비가 10만 원 정도였어요. 과외를 했으면 훨씬 많은 돈을 얻었을 텐데, 그래도 그때가 참 좋았던 시절이네요. 멘티들이 보기에 난 어른이니까, 어른의 책임감 같은 감정도 느꼈고요. 누군가를 응원하고, 나 역시 응원받고, 언제 그런 기억을 갖겠어요. 멘티와 함께 한 시간, 멘토와 고민을 나누던 술자리, 마치 가족처럼 함께 여행하던 시간이 한편의 ‘나’를 마주하게 했습니다.

 

 

점프에서는 그때를 봉사활동의 클래식 모델로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대의 변화랄까, 장학샘 활동 시간이 줄어들긴 했어요. 클래식해서 멋진 시절을 보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강도는 좀 나약해진 것 같지 않나요?😄
아,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나약하다는 말, 좀 ‘꼰대’ 같은데요🤣. 요즘 젊은 세대의 시간은 우리 때와 다른 것 아닐까요. 그때보다 알바든 뭐든, 노력해도 힘든 시대이고, 더 고민할 지점이 많고….

 

 

역시 ‘젊은 생각’을 갖고 계시는군요. 그럼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하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말로 바꿀게요. 그때 활동한 멘티의 소식을 아나요? 다시 만나고 싶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장학샘 활동을 마친 뒤에도 가끔 연락을 나눴어요. 몇 년 전 연락할 때는 래퍼가 될 거라고 했는데, 이후 서로 바빠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네요. 우리 성인 되면 술 마시자고 했거든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네요. 그 친구도 이제 20대 후반의 삶을 보내고 있겠네요. 올해는 꼭 만나서 술 한 잔 해야겠어요.

 

 

그때의 점프와 지금의 점프는 다른가요?
그때의 점프는 방황하던 나를 잡아줬던 어른이고, 지금의 점프는 뭐랄까요, 서로 같이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 그때의 기억이 소중해서 지금도 점프가 뭐 같이 하자고 하면 가능하면 하려고 해요. 기억이 의리가 됐달까요. 그때와 지금의 점프 모두 다음 세대에게 조금 더 나은 사회와 좋은 선택을 말해주려고 하니까요. 그때와 지금의 저 역시 다음 세대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세교 멘토는 지금의 점프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의 동아리 같던 분위기를 지나서 지금은 규모가 커져서 기업화, 시스템화된 분위기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멘티와 멘토, 일하는 사람과 커뮤니티 사이에 어쩔 수 없는 ‘벽’같은 게 생긴 것도 같다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라포’(Rapport, 친밀감과 신뢰 관계)보다는 형식과 행사가 앞에 선 것 같다면서, 그 시절처럼 언제든 서로를 부르고 안부를 묻고 안에 있던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가 아닌 것 같아 아쉽다고 했습니다. 애정이 있어 속 깊은 조언을 해주는 멘토 앞에서 잠시 현재 점프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점프가 간직한 소중한 것들을 지켜갈 수 있을까요?
바운서 시절에 수료식 행사에 참석했던 기억이 있어요. 한 자리에 모였는데, 멘토와 멘티는 서로 떨어져서 자리 배치가 되고, 중요한 분들이 인사하는 시간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죠. 그날 제가 이야기할 시간이 있어서, 지금 이런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우리들의 소중한 시간이 형식적인 시간이 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지금은 더 큰 행사들이 많아졌겠죠? 규모가 커지면서 장단이 있는 것 같아요. 더 많은 멘티들에게 기회를 넓히는 건 다행인데, 서로 끈끈했던 관계는 제한적이지 않나요? 그렇다고 그때의 ‘작고 다정한 점프’로 돌아갈 수는 없을 테고, 결국 높은 분(이의헌님, 창립자이자 바운서 시절의 면접관)이 먼저 나서서 아래로 아래로, 그때의 다정함을 전파하는 분위기메이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점프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네요. 최근 높은 분(?)이 바뀌었어요. 의헌님이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초롱님이 신임 대표가 됐습니다.
앗, 그럼 의헌님 시대는 끝난 거예요?(의헌님을 걱정하는 눈치여서, 한 시대를 잘 마감하고 점프의 또 다른 역할_글로벌 리더로서 필요한 일을 할 거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초롱님 시대를 축하해야겠네요, 하하하. 그럼 초롱님께 전하는 말로 해주세요. 서로에게 다정한 만남을 제안해 주세요. 언제나 나이브하게 만날 수 있다고, 술자리나 번개 모임처럼 자꾸 편하게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주세요. 점프와 기억을 가진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얘기와 고민들을 자꾸 나눌 수 있도록요. ‘야, 점프에서 뭐 있던데. 뭔데? 언제? 같이 나갈래? 같이 가자’, 이렇게 편하게 자꾸 융합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면 멘티들에게 좋은 시간이 될 거고, 기억을 가진 우리들끼리는 점프 로열티(충성도)가 쭉 올라갈 수 있잖아요. 점프다운 분위기와 담론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제가 너무 주제 넘었나요?

 

 

시간만 맞으면 인터뷰 끝나고 술 한 잔 나누고 싶네요😊. 오늘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의 ‘나’가 20대 바운서 시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20대의 나는 정말 고민 많고 큰 방황을 하던 때였는데요. 주변의 현실이 나의 생각과 진심을 압도해서 참 숨 막혔던 것 같은데, 지금 그때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먼저, 20대의 현실을 미래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방황하고 물어보고, 또 방황하고 묻더라도, 그 모든 과정이 내 삶을 단단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그때 스스로 묻지 않았으면 여전히 나는 흔들리고 있겠지만(물론 지금도 흔들릴 때가 있지만), 그때보다는 더 단단해진 것 같아. 그때와 지금의 나, 둘 다에게 감사하고 있어. 그리고 방황하는 거 좋은 시간이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슬퍼하지 말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잘 살아가기를 응원 할께”.

세교 멘토와 나눈 MZ세대 키워드 인터뷰

점프의 초창기 장학샘이자 알럼나이, 사회인 멘토. JTBC ‘워크맨’ 시절을 거쳐 지금은 쿠팡 ‘SNL 코리아’에 합류한 예능 PD. 나이는 30대 중반. 정세교 멘토와 멘토링을 연다면, 어떤 질문과 답이 나올까요. 요즘 세대가 궁금해하는 키워드를 꼽고, 그에 대한 답을 들었습니다. 누구나 다양한 삶의 해석을 갖고 있다면, 예능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만의 색다름이 있었습니다.

 

1. 일상의 감동
일과 삶에서 재미는 기본인데 감동까지 있다면, 레전드! 재미만 생각하다가 가끔은 울고 싶기도 하잖아요. 일상의 감정이 풍부하면 좋겠네요!

2. 개인의 성장
가스라이팅 당할 수 있는 위험한 단어의 하나. 결국 성장은 나의 몫이라, 어른들이 말하는 성장에 안 속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럼에도 늘 속긴 해요. 촬영을 마치면 편집본을 윗분들에게 보내고 평가를 받거든요. 어제도 그 평가를 받았는데, 이렇게 카톡이 왔어요. “촬영이 쉽지 않았을 텐데 잘 마무리했네. 또 한 번의 성장!”. 무슨 공익성 멘토도 아니고,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긴 했는데😂. 타인이 말하는 성장보다는 내 안의 성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커리어
한때는 이직이 무서웠는데, 마치 무슨 큰일 치르는 것 같아서요. 일단 연봉이 조금이라도 오를 거고, 일하는 환경이 바뀌니까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겠죠. 아, 점프에 물든 건지 또 성장이란 단어를 꺼냈네요😄. 그래도 충동적이지 않게, 최선을 다한 뒤의 적정한 타이밍에 선택하면 어떨까요?

4. 무지출 챌린지
이건 제가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플렉스 타입이라서요. 그래도 필요한 곳에 잘 쓰면 좋겠습니다. 2년 전에 집을 팔아 고생하신 아빠의 차를 사드렸거든요. 그때 참 기분이 좋았어요.

5. 루틴
월화수는 촬영하고 편집까지. 목요일엔 스튜디오 현장 녹화. 금토는 잠시 쉬고 다시 현장으로. 프로젝트를 맡으면 두 달 반 정도 그 사이클을 돌고, 잠시 재충전의 시간이 생깁니다. 혹시나 루틴을 정하더라도 그 약속을 못 지키면 자책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이라서, 애써 규칙을 정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결국 하게 되니까요. 남들 따라 하지 말고 자신의 규칙을 만들어 가세요!

6. 결혼과 저출산
나의 변화를 이끄는 과정.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 나란 사람을 너무 나태해지지 않게 하는 인연을 만나고 싶어요.

7. 워라밸
나이 오십 넘은 선배 피디들도 다 같이 밤새고 일합니다. 워라밸이라고 하면 궁금해요. 네가 생각하는 라이프는 뭔데? 저녁이 있는 삶. 그럼 저녁엔 뭐할 건데? 공연도 보고 또…. 맨날 공연 볼 거야? 결국 어디에 있든 포기하면서 얻는 게 있지 않을까요. 지금의 내게 워라밸은
다 얻고 싶은 욕심 같은 말!!!

8. 불안
네, 불안합니다. 숏츠의 세상이고, 젊은 감각이 훨씬 빠르고, 역시나 사람은 나이 들면 감이 떨어지니까요. 특히 예능 분야는 휘발성이 많은 쪽이라서 언젠가 대체되는 게 아닐까 걱정하죠. 20대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었다면, 30대 중반의 지금은 현실적 불안이랄까요. 정리하면, 우리 삶에 불안은 늘 있더라, 그런데 불안에 쫓겨서 도망만 치는 삶은 후회할 수 있으니 불안과 싸우는 법을 배우시길! 20대 후반에 프로덕션을 창업하면서 엄청 고생하고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때 불안을 버티지 못했으면 금방 쉬운 길을 선택했을 텐데, 그때 점프라는 울타리가 있어서 싸울 수 있었어요. 혼자 불안해하지 마세요. 인생을 미리 뛰어본 멘토, 서로를 응원하며 같이 달릴 수 있는 러닝메이트와 함께 달릴 수 있습니다.

9. 도파민 중독
숏츠나 SNS 중독을 말하는 거죠? 예능 PD라서 새로운 컨텐츠를 발견하려면 도파민 중독을 피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트렌드와 필요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 ‘자발적 도파민 중독자’입니다.

10. 도둑맞은 집중력
그래도 아직은 도둑맞지 않았어요. 현장에 있을 때는 핸드폰 보는 시간 1초가 아까울 정도로 집중하고 있거든요.

11.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삶은 왜 고통스러운가)
우리 아이디어 회의할 때도 쇼펜하우어가 나왔어요. 쇼펜하우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두 개 유행하는 책들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집값 오르고, 내 집은 없을 것 같고, 취업은 어렵고, 각자도생의 사회이고,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참 억울한 게 많은 시대잖아요. 요즘 세대에게 삶은 고통의 연속인데, 그래도 삶이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희망과 긍정성을 바라볼 수 있잖아요. 지금 사회에 필요한 말은 두 가지 같아요. 공감과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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