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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오브점프

앞으로도 서로를 지탱하는 사이 : 서창범 신임 이사장 인터뷰

By 2024년 4월 23일No Comments

Inside Jump, 점프의 진심담은 이야기, 사람을 만납니다.

 


 

 

 

점프의 신임 이사장으로 서창범(하트썸코리아) 대표가 취임했습니다. 사실 ‘하트썸’이라는 이름은 점프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후원자, 멘토를 말하는 것이라서, 취임이라는 형식적인 단어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로 어떤 역할이나 위치를 두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점프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속 깊은 응원’을 나눈 사이니까요. 작사가 김이나가 쓴 에세이 <보통의 언어들>에서 한 문장을 빌리면 점프와 인연은 이런 쪽에 가깝지 않을까요.
”살다 보면 부득이 선을 긋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이들은 나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를 관찰해주고, 그걸 토대로 내 성향을 점선으로나마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밑그림이 나의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때, 나는 무장해제 되곤 한다“
문장 속의 ‘나’를 ‘점프’로 대입하면 우리가 나눈 더 선명한 우정이 보일 겁니다. 서로의 점들이 모여 새롭게 연결되는 내일을 기대하던 날, 공교롭게도, 세상은 함께 나아가려는 노력에 대한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말들이 넘쳐났습니다.

”소유하라, 소유하라, 소유하라. 소유만이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제로섬 게임의 소유주의에서 벗어나 연대의 가치를 살려야 한다는 인간성의 항체 요구는 취객이 어쩌다 내지르는 헛소리이거나 루저의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게 됐다“.

-‘똘레랑스(관용)’ 작가 홍세화의 마지막 칼럼. 그의 별세 소식과 함께 전달된 문장들

”공동체가 무너져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이 늘어나고, 외로움을 겪는 인구가 늘고 있다. 2023년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이 진행한 외로움에 관한 실태 조사를 보면, 월 평균 소득 200만 원 미만에서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32%, 월 소득 700만 원 이상(15%)보다 2배 높았다“

-희망제작소 뉴스레터 <‘론리 사피엔스’가 나타났다>

”현실정치에서 오는 필연적 절망을 물리칠 힘은 사회 운동에 있다. 우리는 제도권 정치가 실현하지 못하는 가치를 보란 듯이 실천해야 한다. 의지를 가다듬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항상 당사자를 중심에 둘 것, 우리 안의 위계를 철폐하고 평등과 존중을 의식적으로 실천할 것, 문제의 뿌리부터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할 것, 그리고 돌봄과 살림의 의무를 외면하지 않을 것, 그렇게 뚝심 있게 서로를 지탱하는 것이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을 지켜내는 길이다“

-선거 결과에 절망한 이들에게(김정희원 미국애리조나주립대 교수/한겨례 칼럼)

그렇게 밑줄 치면서 읽어야 할 글들이 많았던 4월 18일, 점프의 가장 오랜 친구가 성수동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응원하는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사장님이란 새로운 호칭 너머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먼저 새 직함에 대한 소감을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직함보다는 제가 그동안 점프를 응원하던 오랜 벗의 모습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공식적인 이름은 아직 어색하고 불편하죠. (이)의헌님이 세대교체와 새로운 리더십을 말하면서 그 역할을 제안했을 때, 마음이 복잡했어요, (은)초롱 대표 체제에서 당분간은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 필요할 거다, 외부에서 바라보던 내가 점프 안의 순수함과 열정을 헤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 여러 분명한 이유로 제안을 고사했어요. 결국은 점프가 준비하는 새로운 내일을 응원해달라고 거듭 얘기해서.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점프 친구들을 향한 깊은 애정 안에서 늘 제 역할이 있을 겁니다.

 

 

계속 점프의 가장 오래된 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금 말씀은 늘 곁에서 나를 지켜보던 친구가 건네는 ‘응원의 말들’ 같아서 더 와 닿습니다.
제가 감사하죠. ‘오래된 벗’은 시간의 개념인데요. 시간의 양보다는 언제 서로를 만나도 진심을 잊지 않았다는 말 같아서 참 소중한 말입니다.

 

 

최근 점프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고 싶다면서 얼굴 담긴 프로필을 요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점프의 다음 세대들은 이사장님과 친해질 방법을 묻던데요😊.
점프 친구들에 대한 마음은 큰데, 한 명 한 명 인사하고 얘기를 나눠보지 못했어요. 사진으로 전체 얼굴을 만났는데, 다들 밝고 행복한 표정이더군요. 일도 많고, 사는 고민도 있을 텐데, 왜 이렇게 다들 밝을까요? 그 얼굴들을 만나면서 저도 ‘하트썸’(기분 좋은)하더군요. 제가 격의 없는 술자리를 좋아해서, 그런 자리가 친해지는 빠른 방법이긴 한데요😄, 제가 시간을 더 낼게요.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살아가는 고민은 뭔지, 제가 정답을 줄 수는 없지만 귀 기울여 들어주는 역할은 잊지 않을게요.

 

 

제가 찾아보니 이번 인터뷰가 두 번째입니다. 2018년 10월, 점프의 오랜 친구이자 후원자, 멘토의 관계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때 점프레터에 실린 첫 질문이 자기소개였는데, 사회적 성취나 내세우는 이력이 아니라 ‘내 곁의 소소한 행복’을 말하는 모습이, 뭐랄까요, 참 다정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 그 자기소개에 변화가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다국어 번역회사 ‘하트썸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서창범이라고 합니다. 저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들 둘이 있는, 이 가족과 함께 있으면 너무너무 행복하고 평범한 가장이에요.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가족과 여행할 때가 가장 재미있고 행복한 것처럼, 좋은 것이 있으면 직원들이나 친구들과 같이 하는 걸 좋아해요“.

– 2018년 10월 점프레터 인터뷰, ”좋으니까 ‘같이’ 해야죠!“ 편

아 제가 그렇게 소개했나요. 아뇨, 거기에 변화는 없습니다😊.

 

 

점프에 ‘하트썸’이라는 이름(후원)은 익숙하고 고마운 단어인데요. 너무 익숙해서 그동안 지나쳤다고 할까요. 문득 궁금해서 ‘하트썸’(Heartsome)이란 단어를 찾아봤어요. ‘사랑스럽고 따뜻한, 기분을 좋게 하는’ 등의 의미더군요. 회사명에 이렇게 다정한 이름이라니. 어떻게 지어진 이름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하트썸’은 사람의 진심과 사랑을 담은 마음의 총합이랄까요. 싱가포르 동업자가 그 이름을 지었습니다. 국내 사업을 맡으면서 처음에는 하트썸 지사로 시작했는데, 나중에 하트썸코리아가 되면서 기분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후원’이라는 말에는 여러 사정과 마음이 담기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행동에 관한 어떤 말 같기도 한데요. 20세기의 가장 뜨거운 정치 철학자로 불리는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는 ‘정치적 행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한 정치란, 사회와 사람에 대한 관심, 즉 타인과 관계를 맺고 응원하고 소통하는 활동들입니다. 또 우리는 생존을 위해 노동을 하지만, 더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타인과 더불어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후원이, 더 나은 삶을 응원하는 다양한 ‘행동’의 하나이지 않을까요?
그런 해석도 가능하군요. 그러나 제가 하는 후원은,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보통의 존재로서 기능할 뿐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진심으로 하고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딱 그 정도입니다. 사람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운이 좋아서, 또 누구나 그렇듯 사람들로부터 받은 게 많아서, 내가 얻은 게 다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조금 할 뿐이죠. 세상 사람 누구나 품고 있을 따뜻한 마음 하나가 그 단어로 이어졌다고 봐주시면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보통의 존재’라는 말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어쩌면 특별함에 대한 집착은, 일상이 너무 익숙해서 계속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오류랄까요. 우리가 대부분을 보내는 보통의 시간 안에 늘 소중하고 행복한 일들이 있다는 걸 또 깜빡했습니다. 그리고 보통의 존재들이 갖는 따뜻한 마음 하나씩이 더해져 세상은 더디지만 한 발씩 함께 나아가고 있음을 생각합니다.

의헌님과는 고등학교 선후배라는 인연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후배가 나이 서른 중반의 가장이 되어 비영리 회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진심으로 말렸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먹고 살 거냐?’ ‘가족들 생각은 안 하냐?’ ‘정말 네가 해야 할 일이냐’ 등 그런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고 들었어요. 지금 점프는 훌쩍 자랐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 안에서 더 넓고 깊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다시 점프의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후배에게 어떻게 말해줄 것 같나요?
‘고등학교 후배’를 대하는 말은 같습니다. 왜 네가 굳이 힘든 길을 걸으려 하느냐? 여전히 같은 걱정을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점프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싶네요. 언젠가 점프가 양적 성장의 기회가 왔다고 제게 상의했던 때를 기억합니다. 그때까지 지켜본 점프는 순수한 마음과 진심, 선의를 갖고 작지만 좋은 모델로 성장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규모가 커지면 첫 마음을 잃을 수 있다고, 또 일하는 사람들과 조직문화가 건강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잃을 수 있다고, 그런 걱정을 전했어요. 그런데 제가 걱정하던 점프의 첫 마음, 건강한 조직문화, 순수함과 진심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네요. 저는 순수한, 진심, 건강 등의 단어들이 점프를 지속가능하게 만든 ‘코어’(중심의 역할)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변하는데 그 중심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게 너무 대견하죠. 그래서 지금 ‘고등학교 후배’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코어’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친구들에 대한 응원인데요. 마치 자신의 일처럼 함께 해준 점프 친구들 덕분에 이만큼 온 거니까, 다음 세대가 지치지 않도록 더 열심히 뛰자는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와 오늘 사이(4월 17~18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에 대한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말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소득격차가 누군가 더 외롭다는 비율과 정비례하고, ‘똘레랑스(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용)’를 말한 홍세화 작가의 별세 소식과 함께 그의 마지막 칼럼이 SNS에서 회자 됐습니다. 개인의 소유와 성공만이 우선되면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함께 가자는 이야기는 저 멀리 사그라졌다는 절망의 말이었는데요. 점프의 여전한 숙제와 고민이 그 연장선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외롭다는 말이 참 슬프게 다가옵니다. 사람 누구나 지닌 외로움이 있을 텐데, 누군가 지닌 외로움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어서 아픕니다. 사람과 세상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희망의 사회라면, 이제 점프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요. 점프의 이야기가 여전히 소중하고 반가우면서, 그 반대편을 기대하는 현실이라 마음이 복잡합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절망의 반대편에 희망이 있더라는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친구라는 단어에서 제가 기억하는 말은 ‘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뜻을 같이하는 벗이 먼 곳에서 찾아왔으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입니다, 우리는 혼자 외롭지 않기 위해서 ‘보통의 언어’로 응원과 위로를 말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한 게 아닐까요. 오늘 그런 친구처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세대 구분으로 따지면, 1973년생, 지천명(나이 50세)을 맞이한 X세대 출신 어른에 속합니다. 마지막으로 점프 커뮤니티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어른의 말’이 있을까요?
제가 전할 특별한 말은 없습니다. 그냥, 고맙고 때로 미안하고, 늘 사랑한다는 말은 해주고 싶네요. 제게 하는 말은 있습니다. 취미가 스쿠버 다이빙인데요. 나중에 어딘가에 작고 다정한 다이빙 센터를 열게 되면 그곳을 찾아오는 다음 세대들과 뭐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렇게 ‘쓰임’ 있는 어른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랜 친구를 더 알고 싶어서(TMI)

1. MBTI : ESTP(친해지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한)

2. 빨리 친해지려면 : 격의 없는 술자리에서

3. 오늘 겪은 당황한 일 : 인터뷰 약속에 10분 늦은 것. 보통 약속이 잡히면 실시간 이동시간을 체크하는 타입이라서.

4. 하트썸(Heartsome) : 서로를 살피는 마음의 총합

5. 점프 이사장 명함 : 고귀한 아이템

6. 두 아들에게 해주는 말 : 서로 건강하고 밝은 타인이 되자.

7. 요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

8. 요즘 나를 성장시키는 것 : 가족,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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